금융당국은 신용카드 업계의 외형 확대 경쟁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카드사들의 대출자산 증가율을 연간 5%대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지키지 않는 카드사에 대해선 특별검사에 나선다. 이 같은 금융감독원의 규제 방침에 대해 카드사들은 건전성을 관리하겠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자칫 경영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득 증가율이 기준

금감원은 앞으로 △카드대출 자산 △신용카드 이용한도 △신용카드 수 △마케팅비용 등 4개 부문을 밀착감시 대상으로 선정해 중점 관리하기로 했다.

우선 지난해 19.1% 증가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카드대출 자산은 올해 하반기부터 5% 선에서 증가율이 제한된다. 금감원은 다만 카드사별 상황을 감안,'작년 실적 대비 연 5%' 또는 '상반기 실적 대비 연 5%'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1000억원을 대출한 카드사가 상반기에 700억원을 대출했다면 하반기엔 대출을 작년 동기보다 오히려 줄여야 하는 점이 감안됐다. 이 회사가 만약 상반기에 400억원만 대출했다면 상반기 대비보다는 작년 실적 대비 5%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5%는 금감원이 가계의 최근 5년 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감안해 설정한 수치다. 카드대출이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증가하려면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는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또 개인회원의 신용카드 이용한도 증가율도 카드대출과 동일하게 5%를 넘지 않도록 제한키로 했다. 지난해 개인회원들의 신용카드 이용한도 증가율은 10.2%였다. 아울러 카드 수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무실적 카드를 포함한 개인회원의 신용카드 증가율이 3%대를 넘어서지 않도록 지도키로 했다.

지난해 30.4%나 급증하며 과당경쟁을 촉발한 총수익 대비 마케팅비용 증가율도 올해 하반기엔 카드사별로 12%대에서 억제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카드사들로부터 4개 부문의 목표증가율을 포함한 하반기 영업계획을 받은 뒤 1주일 단위로 카드사들의 영업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업계,"지나친 영업권 간섭" 반발

금감원이 신용카드의 영업활동과 자산규모를 직접 규제하는 대책을 마련하자 카드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것은 리스크 관리가 아니라 영업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발 카드사들의 반발은 더 컸다. 이미 충분히 성장한 선발업체는 이번 규제가 큰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후발주자들엔 마케팅비용 규제 등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한 후발 카드사 관계자는 "당국의 대책은 결과적으로 선발 카드사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지나치게 카드사의 대출을 조이면 저소득층이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류시훈/안대규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