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상담사 최연소 합격한 초등생
'5월10일.에쓰오일 기업분석,코스피지수 폭락에도 6500원 상승.신용등급 AA+.2010년 매출 2조666억원.영업이익 8133억원.주당순이익(EPS) 7050원.4개월 내 20만원 전망.'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의 메모장이 아니다. 서울 문정초교 5학년 박정재 군(11)의 일기장에 담긴 내용이다. 작년부터 써온 주가그래프와 종목분석으로 가득찬 일기장이 벌써 10권째다.

박군은 지난달 19일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제8회 증권투자상담사 시험에서 최연소 합격했다. 증권분석 등 4개 과목 평균 80점을 받았다. 합격선인 평균 60점을 훨씬 넘었다. 역대 최연소 합격 기록도 세웠다. 투자상담사가 되면 투자 권유와 투자자문 업무를 할 수 있다.

박군의 외모는 초등생의 앳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6일 기자와 만나 주식 관련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하는 모습에선 고수의 내공이 느껴졌다.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얼마나 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2500까지는 힘들고 2300 정도 갈 것 같다"고 예측했다.

박군이 주식과 인연을 맺은 건 2009년 겨울 초등학교 3학년 때다. 팔 골절로 병원에 한 달간 입원한 게 계기가 됐다. 병실에 누워 한국경제TV를 봤는데 화면 아래 자막으로 지나가는 주가등락 표시가 궁금해 주식 관련 책을 읽기 시작한 것.

"어린이 경제용어해설집 '경제짱 디네로'나 열두 살에 워런 버핏을 만난 소년의 얘기를 다룬 책 등을 읽다 보니 주식투자가 점점 재밌더라고요. 차트분석법을 소개한 책 한 권을 20번 정도 읽고 나니깐 자신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모의투자를 해봤죠."

모의투자를 하면서 기업분석도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재무제표 등을 공부했다. 부모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지식을 쌓아갔다. 박군의 부모는 주식 문외한이다. 아버지는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일하고 어머니는 전업주부다.

박군은 작년부터 100만원으로 실전투자에 나섰다. 종잣돈을 마련한 방법도 특이했다. 박군은 영어나 수학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대신 집에서 과학,수학,국어 한 단원,영어 1시간을 스스로 공부하면 어머니로부터 500원을 용돈으로 받는다. 그래서 작년까지 모은 돈이 150만원이다. 100만원은 주식투자,50만원은 예금통장에 넣었다.

박군의 다음 목표는 펀드투자상담사와 파생투자상담사 자격증이다. 이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해 펀드매니저를 꿈꾸고 있다. 존경하는 인물은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다. "도서관에서 '월가의 영웅들'이란 책을 읽었는데 버핏도 대단하지만 투자기간이 짧으면서 그만한 수익을 낸 린치가 더 좋더라고요. "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