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다음달부터 거래실적에 따라 수수료 우대나 연회비 면제와 같은 혜택을 주는 '우리패밀리 보너스' 조건을 대폭 강화한다. 우량 고객이라도 수수료 부담이 종전보다 훨씬 커지게 됐다. 기업은행 등 비씨카드 제휴사들도 올 12월부터 전기료 결제전용카드의 캐시백 혜택을 축소키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자 영업'에 치중하던 은행들이 이제는 수수료를 더 거둬들이는 작업에 나섰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 몸사리기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자수익 비중을 크게 높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를 대출금리에 즉각 반영하되 예금금리 인상은 최대한 늦추는 식으로 이익을 늘렸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 예금금리를 높일 필요성이 적어진 데다 부동산 담보대출 수요가 커진 것 등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은행들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비이자부문 수익 강화를 추진했으나 최근 들어선 오히려 위축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해외 금융회사로부터 환헤지 파생상품인 키코를 들여와 국내 중소기업들에 판매했다가 대거 소송을 당했다. 우리은행은 2007년까지 해외에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1조6000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방카슈랑스 · 수익증권 부진

은행들은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 판매)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 상품의 특징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팔거나 꺾기로 활용하는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방카슈랑스와 관련된 불공정 거래가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방카슈랑스 실태조사는 2007년 이후 4년 만이다.

은행들은 또 수년 전부터 수익증권 판매 비중을 높여왔지만 최근엔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경험 탓이다.

◆은행들 "수수료라도 올리자"

은행들은 이 때문에 고객 수수료를 인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수 고객에게 최장 5년까지 면제해줬던 신용카드 연회비를 다음달부터 폐지 또는 최장 2년으로 낮추기로 했다. 세대실적 합산자격을 자산 1원에서 3개월 평균잔액 10만원 이상으로 강화했다. 이 은행은 지난 3월부터는 인터넷뱅킹과 현금입출금기(ATM)의 수수료 면제 횟수를 무제한에서 최대 월 30회로 제한했다.

씨티은행은 올 12월31일부터 일부 리볼빙카드의 최저가 보장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했다. 쇼퍼스 초이스카드와 스카이패스 비자 · 마스터카드 등이 대상이다. 기업은행 등 비씨카드 제휴사들은 12월1일부터 '전기료결제 전용카드'의 캐시백 요율을 0.3%포인트 일괄 인하한다. 신용카드 캐시백은 종전 1%에서 0.7%로,체크카드는 1.05%에서 0.75%로 각각 낮아진다. 광주은행은 오는 22일부터 그린스타트예금의 자전거 상해보험 무료가입 서비스를 폐지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이 잇따르자,수수료 체계가 정상적인지 점검하기로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