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 코스닥 기업이 기업사냥꾼에 의해 ‘빈 껍데기’만 남게 된 사건이 검찰에 의해 또다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코스닥 기업인 연예기획사 디초콜릿이앤티에프를 무자본으로 인수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전 대표 권모씨(54)를 구속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는 2009년 9월 150억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한 디초콜릿이앤티에프를 사채 등을 동원해 인수한 뒤 대여금이나 선급금을 가장해 174억원을 횡령했다.빼돌린 돈은 인수 자금과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썼다.권씨는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소속 연예인의 출연료를 담보로 잡혀 높은 이자의 사채를 끌어다 쓰기도 했다.디초콜릿이앤티에프는 유재석,강호동,고현정 등 유명 연예인이 소속해 있던 회사였으나 연예인들이 출연료 압류 등을 이유로 모두 전속 계약을 해지하고 회사를 떠났다.권씨는 지난해 6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도주했다가 최근 붙잡혔고 회사는 지난 3월31일 상장폐지됐다.서부지검 관계자는 “회사 주식 9280여만주가 모두 휴지 조각이 되는 바람에 소액 주주들이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서부지검은 또 같은 수법으로 코스닥 기업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송모씨(44) 등 2명을 구속했다.송씨 등은 전자결제서비스 업체인 사이버패스 등 코스닥 상장사 두 곳을 인수하며 사채 등을 끌어다 만든 인수 자금을 갚으려고 두 업체의 자금 106억여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사이버패스는 신용카드와 계좌 이체 이외에는 전자결제 시스템이 없던 2000년에 통합전자결제 모듈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2006년 코스닥에 상장된 후 줄곧 업계 1위를 지켜 왔으나 송씨 등의 횡령으로 2009년 상장폐지됐다.서부지검은 지난달에는 유명 의류업체 ‘톰보이’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회삿돈으로 인수대금을 지불하는 등 불법을 저지른 전 경영총괄사장 등 9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