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 8개로 이뤄진 하와이엔 볼거리가 많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와이키키해변과 거대한 화산 분화구다. 하와이의 중심 섬인 오아후에 있는 와이키키는 세계적 명성을 실감케 한다. 하와이의 가장 큰 섬인 빅아일랜드와 마우이섬에 있는 분화구는 장관이다.

◆와이키키의 잊지 못할 밤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비린내가 나지 않는 푸른 바다,덥다 싶으면 2~3분 흩뿌리고는 사라지는 게릴라성 소나기는 한마디로 명품이다. 해변 바로 옆의 고급 호텔들, 몇 걸음만 나가면 즐비한 명품점과 상점들.해수욕과 선탠,숙박,쇼핑까지 모든 걸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와이키키다.

와이키키에는 밤낮이 따로 없다. 낮에는 햇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밤엔 시원한 바람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로 붐빈다. 밤 10가 넘어 찾은 해변가 호텔의 야외 바에도 자리가 없다. 와이키키는 선탠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바다 낚시를 하는 사람,서핑에 빠진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진 3색 풍경을 연출한다.

저녁 산책을 하려면 와이키키 바로 옆 알라모아나공원이 제격이다. 해변을 따라 만들어진 공원길을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렸다. 시원한 바람이 일품이다. 공원에서 와이키키 너머로 분화구 산인 다이아몬드헤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 편의 그림이다. 오후 7시쯤 가면 노을도 감상할 수 있다. 처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사진은 그대로 그림엽서가 된다.

◆연신 수증기 뿜어내는 킬라우에아

애당초 하루는 무리였다. 빅아일랜드는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의 7배나 되는 큰 섬이다. 호놀룰루에서 빅아일랜드의 힐로공항까지 비행기로 50분 걸렸다. 공항에서 차를 타고 30여분 달려 도착한 킬라우에아 화산분화구의 여기저기서 연기가 솟아오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땅 밑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다. 킬라우에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이다. 관광객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분화구에선 후텁지근한 수증기가 끝없이 올라온다. 관광객들의 추억 남기기 장소다.

킬라우에아는 과거 몇 차례 화산이 폭발해 엄청난 용암이 분출됐던 곳이다. 사방이 시꺼먼 바위와 돌로 가득하다. 해발 1200m다. 그 바위 틈에서 자라는 나무가 있다. 장미에 비할 순 없지만 빨간 꽃이 가슴 시리듯 아름답다. 화야라는 이름의 꽃이다. 일명 불꽃이다. 1500도의 불 속에서도 자란다는 생명력이 놀랍다. 키 5m가 넘는 식용 고사리도 눈길을 끈다. 고사리는 요즘 주민들 에게 엄청 인기라고 하는데,식용화엔 한국인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차를 타고 20여분 바다를 향해 달린다. 화산 폭발에 따른 용암 분출로 엄청난 바다가 육지로 변했다. 용암이 거대한 바다를 메워버린 것이다. 용암이 마지막으로 장식한 땅의 끝자락은 바다를 향해 기기묘묘한 절벽을 형성하고 있다. 그림 같았다. 관광객들의 표정에는 자신도 모르게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서린다.


◆구름 위의 할레아칼라

할레아칼라 분화구는 마우이섬에 있다. 호놀룰루에서 비행기로 30분 거리다. 할레아칼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휴화산이다. 해발 3050m에 달하는 정상까지는 차로 50여분.가는 길은 옛 대관령길보다 더 꼬불꼬불하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동안 1m가 채 안되는 침엽수가 관광객들을 맞는다. 소나무 잎새는 전부 아래로 축 처져 있다.

차로 20여분을 올라가자 구름이 밀려온다. 구름터널을 한참 지난 뒤에야 햇살을 볼 수 있다. 구름은 산 중턱에 걸려 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기온이 뚝 떨어진다. 바람막이 점퍼를 입었다.

어렵사리 도착한 정상에서 바라본 분화구는 한마디로 장관이다. 분화구가 사막 위의 피라미드처럼 우뚝우뚝 솟아 있다. 분화구의 둘레만 무려 30㎞.분화구마다 제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불그스름한 색을 띤 분화구가 있는 반면 주황색과 회색을 띤 분화구까지 다채롭다. 한 편의 수채화 같다. 이 분화구를 자세히 보려면 최소한 이틀은 잡아야 한다고 가이드가 귀띔한다. 별이 쏟아지는 밤을 분화구에서 보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산악 자전거를 이용해 산 중턱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트레킹은 스릴 만점이다.


◆ 여행 팁

하와이는 한국보다 19시간 늦다. 인천에서 호놀룰루까지는 대한항공이나 하와이언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하와이로 갈 때는 8시간30분,서울로 돌아올 땐 10시간 정도 걸린다. 두 항공사는 마일리지가 공유된다. 버스 요금은 거리와 상관없이 2달러50센트다.

하와이는 쇼핑의 천국이다. 가격별·단계별로 쇼핑이 가능하다. 의류와 가방,신발은 국내의 절반 값이다. 명품을 제값에 사려면 와이키키 주변의 명품관을 이용하면 된다. 와이키키에서 공항쪽으로 차를 타고 20여분 거리에 있는 노드스트롬랙에선 노드스트롬백화점의 이월상품을 싸게 살 수 있다. 진주만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와이켈레는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명품과 의류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이다.

호놀룰루=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