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2018 동계올림픽 유치] 기업도 뛰었다…재계 '숨은 공신' 이건희 회장, IOC 위원 맨투맨 접촉
평창의 영광 뒤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 회장,유치위원회를 이끈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대한체육회(KOC) 수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땀과 눈물이 숨어 있다.

이 회장은 평창 유치의 일등 공신이다. 평창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회장이 일군 표밭 덕분"이라고 말할 만큼 공헌이 컸다. 1996년 IOC 위원에 선임된 후 차분히 IOC 내 영향력을 키운 이 회장은 동료 위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해외 출장을 밥먹듯이 했다.

작년 2월 밴쿠버동계올림픽부터 이번 더반 IOC 총회까지 1년 반 동안 170일을 해외에 체류하며 110명의 IOC 위원 대부분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세 번씩 만난 위원도 있다. 더반 IOC 총회 때도 개막 5일 전에 도착,조용히 위원들을 접촉하며 부동표를 챙겼다.

삼성에 따르면 저녁 약속을 했던 한 IOC 위원이 "다른 일정 때문에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고 하자 "늦어도 좋다. 기다리겠다"고 답한 뒤 1시간30분 넘게 대기해 만나기도 했다. IOC 위원과의 식사 자리엔 언제나 해당 위원의 이름을 새긴 냅킨을 비치할 만큼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평창 유치가 결정되자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와 체육계,국민 모두의 열망이 뭉친 결과"라고 공을 돌린 뒤 "올림픽이 잘 준비될 수 있도록 계속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2009년 9월부터 평창유치위를 이끌어온 조 회장의 역할도 컸다. 안살림을 꼼꼼히 챙기면서도 각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한 조 회장은 "유치위에 발을 들여놓은 후 대략 지구를 13바퀴쯤 돈 것 같다"고 술회했다. 그는 밴쿠버동계올림픽,로잔 테크니컬 브리핑,런던 스포츠어코드 등 IOC 위원들이 모이는 굵직한 국제 스포츠행사엔 어디든 달려가 지원을 요청했다.

올 3월16일 모로코에서 열린 아프리카 지역 스포츠전람회에 참가한 그는 22일 서울로 돌아와 다음날 개최된 세계체육기자 연맹회의에 참석한 뒤 그날 밤 곧바로 뉴칼레도니아로 날아가 26일 개막한 오세아니아지역 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한때 IOC 위원으로 활동했던 박 회장도 각국 IOC 위원들과의 친분을 활용하며 유치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평창 유치를 위한 해외출장 때면 비용을 KOC 예산이 아닌 사비로 지출했고 부족한 KOC 유치활동비를 개인적으로 지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반(남아공)=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