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자 100여명의 평창 유치위 대표단은 "와!" 하는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얼싸안았다.

야외에 마련된 대형 전광판 앞에서 단체 응원전을 펼치던 400여명의 평창 서포터스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0년의 외길 도전이 드디어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국민이 하나 돼 이뤄냈다

평창의 이번 승리는 온 국민이 하나가 돼 일군 것이어서 더 감동적이었다. 강원도 주민 400여명이 더반까지 날아와 응원전을 펼칠 정도로 동계올림픽을 향한 염원은 뜨거웠다.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장 건설과 교통 인프라 조성,해외 공관을 통한 정보 수집,재계 주요 인사와 고위 전략회의 등을 열며 유치활동에 전력을 기울였다. 지난 5월 말엔 평창이 앞서간다는 설익은 예측에 "아직 1등이 아니다"며 신중한 행보를 강조하면서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자세를 보였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IOC의 여론조사 결과 평창은 주민 지지도 93%로 뮌헨(60%)과 안시(51%)를 압도했다.

◆10년간 철저한 준비…진정성으로 승부

평창은 두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더 철저하게 준비한 결과 유치전에서 웃을 수 있었다. 경기장은 절반 이상을 이미 건설해놓았고,선수들과 취재진이 모든 경기장을 30분 안에 찾아갈 수 있도록 교통망을 설계해 놓은 것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0년 올림픽을 준비하며 IOC 위원들에게 약속했던 '드림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동계스포츠를 접하기 어려운 47개국 947명의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준 것도 큰 점수를 받았다.

드림 프로그램의 수혜자인 타마라 제이콥스가 남아공 더반으로 김연아를 찾아오면서 동계스포츠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한국의 노력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김연아와 이승훈 모태범 등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더반 아이스링크에서 남아공 청소년들에게 스케이팅 레슨을 하자 남아공의 모든 언론이 김연아 인터뷰에 나섰다.

이 같은 한국의 진정성이 동계스포츠를 접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국가 IOC 위원들의 표를 끌어모았다는 분석이다.

◆감성 건드린 프레젠테이션도 한몫

감동을 전해준 프레젠테이션도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김연아는 "나는 동계스포츠 수준을 높이기 위한 한국 정부 노력의 결과이며 살아있는 유산"이라며 "내 꿈을 이룰 기회를 주고 전 세계 젊은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준 데 대해 '고맙다'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IOC 위원들에게 호소했다.

토비 도슨은 한국 태생으로 미국에 입양돼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 뒤 "유럽과 미국에서 선수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본적인 것들이 모국인 한국에는 없었다"며 "이번 유치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며 IOC 위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더반(남아공)=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