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주의 환기종목은 선정 기준이 워낙 복잡해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됐다고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을 탈출하기 위한 요건도 마찬가지구요."(거래소 관계자)
요즘 한국거래소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정은 답답할 뿐이다.
환기종목 중 1호로 증시에서 퇴출된 이룸지엔지와 주주들은 정확한 퇴출이유가 뭐냐고 따져묻고 있지만 정작 거래소는 기준이 복잡해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는 동문서답(問東答西)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를 위해 도입한 '투자주의 환기종목 선정 기준'에 대한 객관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이유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비공개' 수준이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실적, 최대주주 변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고 설명할 뿐 투자자들이 납득할 만한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합적인 통계 모형을 통해 투자주의 환기종목을 지정하기 때문에 특정 부분이 문제가 됐다고 밝히기 어렵다는 게 거래소의 입장이다.
투자자들은 기업 활동 중 어떤 부분이 거래소의 기준에 어긋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는 예측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로 상장사는 상장유지에 필요한 사전대비 조차할 수 없다는 게 되고, 투자자들은 퇴출될지도 모르는 종목에 묻지마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기업 부실의 사전적 지표'로 참고하라고 만든 투자주의 환기종목이 결국 관리종목과 같은 사후적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에는 왜 이룸지엔지가 상장폐지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팍스넷에서 아이디 '게임주'를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4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뿐 상장이 유지되는데 2년 간 영업손실을 낸 이룸지엔지는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며 "상폐를 시키는 객관적인 기준이 뭐냐"고 지적했다.
기업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지정 기준이 복잡하다보니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환기종목을 탈피할 수 있을 지 깜깜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에서 질의하면 환기종목에 지정된 주된 요인을 알려주긴 하지만 매출액 등 양적인 기준은 워낙 복잡해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환기종목을 벗어나려면 종합적으로 기업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야 할 수도 있고 특정한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을 내놓았다.
상폐 결정을 받은 이룸지엔지도 "상장폐지실질심사에서 어떤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는지 아직 모르는 상태"라며 "거래소의 공문을 받아봐야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애초에 거래소가 우량, 비우량 기업을 지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우량, 비우량 기업을 나누는 것은 치밀한 분석이 필요한 작업인데 왜 거래소가 판단하는지 모르겠다"며 "시장 본연의 기능을 자극해야 할 거래소가 규제를 통해 감시한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