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제로' 안전 일터 만들자] (6) 고령근로자 20년 만에 2배…사고도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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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고령근로자 재해
넘어짐 재해, 28% 최다
순발력·민첩성 부족 원인
고령자 배려 작업환경 부족
넘어짐 재해, 28% 최다
순발력·민첩성 부족 원인
고령자 배려 작업환경 부족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G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김모씨(63)는 최근 아파트와 주차장 건물 사이 외부 계단을 통해 이동하던 중 갑자기 계단에서 넘어져 숨졌다. 김씨는 하루 24시간 근무하고 다음날 24시간 쉬는 격일제로 일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지하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근무복과 손전등 등을 챙겨 오른손에 들고 건물 외부 계단을 올라가다 계단을 헛디뎌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머리가 깨져 뇌출혈로 사망하고 말았다. 아파트 경비원 등 서비스업종에는 저임금 고령자가 많아 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치명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 4월 현재 802만명으로 20년 전인 1991년 403만명에 비해 2배가량 많아졌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50대 이상 비중도 33%로 역대 최고치다.
불과 10년 전 최대 취업 연령대는 30대였다. 50대 이상 고령자의 취업이 많아진 것은 저출산 여파로 청년층 인구가 줄고 고령층 인구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체 15세 이상 인구 중 15~29세 인구 비중은 1991년 40%에서 2011년 24%로,30대 인구는 23%에서 19%로 감소한 반면 40대와 50대 이상은 각각 15%에서 20%로,22%에서 36%로 크게 늘었다. 노동력의 고령화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고령자의 재해율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전체 재해자 중 60세 이상 근로자 비중은 2001년 9%에서 지난해 15%로 급증했다. 50세 이상 준고령 재해자 비중 역시 2001년 28%에서 지난해 43%로 치솟았다. 2010년 기준 50세 이상 준고령 취업자 비중은 전체의 32%를 차지한 반면 재해자 비중은 43%로 훨씬 높다.
재해율로 따져봐도 2009년 기준 60세 이상 근로자의 재해율은 0.8%로 전체 근로자 재해율 0.7%보다 높다. 고령 근로자가 많이 포함된 공공근로사업의 재해율은 1.3%에 달한다.
지난해 50세 이상 재해자를 사고 유형별로 보면 넘어짐이 28%(1만1700명)로 가장 많고 추락 17%(7151명),끼임 14%(5805명),충돌 9%(3729명),낙하 · 비래(떨어지는 물건에 맞는 재해) 8%(3545명),업무상 질병 8%(3200명) 등의 순이었다. 산재 사망자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1년 32%에서 2003년 39%,2005년 39%,2007년 45%,2009년 48%로 증가세를 보였다.
고령 근로자의 재해율이 높은 것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순발력과 민첩성,신체 평형 기능이 떨어지고 시력 감소,뇌 · 심혈관계 질환 등이 많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 고령 근로자를 배려하는 작업환경이 부족한 것도 산재가 줄어들지 않는 요인이다.
고령자고용촉진법은 고령 근로자가 작업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 및 기능에 관한 사항,산업안전 · 보건에 관한 사항 등 기본적 사항을 갖추도록 명시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산업구조가 변하고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고령 근로자의 산재 사고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사업장마다 고령자 재해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