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수염 달고 출근하는 날,화요일 요가하는 날,수요일 와인과 치즈파티, 스톡옵션 좌담회.' 미국에서 인터넷 민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에어비엔비(Airbnb)란 회사의 사무실에 붙어 있는 일정이다. 행사는 주 후반으로 계속 이어진다. '목요일 공 차고 노는 날,금요일 바비큐파티,토요일 기타대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에 퍼크(perk) 버블이 생겨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퍼크'는 직원들에 대한 '특별한 혜택'을 뜻한다. 정보기술(IT) 관련 신생기업들이 직원들을 회사에 붙잡아 놓기 위해 높은 대우를 해준다는 얘기다. 최근 IT관련 기업들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상장에 성공하는 등 제2의 IT붐이 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WSJ는 에어비엔비를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이 회사의 경영철학은 '즐거움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공동 창업자인 조 게비어(29)는 "월급까지 주는 신나는 학교나 캠프에 다니는 것 같다"며 "직원들이 편안하고 즐거워야 혁신도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어비엔비는 지난해 예약 건수가 800%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도 실적이 두 배로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가 3주 전 새로 입주한 약 700평 규모의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는 낮잠 자는 공간까지 마련했다. 얼마 후 있을 집들이 파티에는 래퍼이자 투자자이기도 한 M C 해머를 초청해 놓은 상태다.

다른 기업들도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거나 행사를 진행한다. 온라인저장서비스업체인 드롭박스(Dropbox)는 회사 내에 직원들이 기타나 드럼을 연주할 수 있는 록룸(rock room)과 아케이드게임 댄스댄스레볼루션을 즐기는 별도의 공간을 설치했다.

게임업체 징가는 무료로 직원들에게 고급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제 큐피마요네즈,솔방울시럽 등 특별한 재료를 이용한 식사를 매일 점심과 저녁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페이스북은 학교에서 하던 '게임데이'를 매년 실시 중이다. 전 사원이 킥볼이나 깃발뺏기 같은 게임을 하는 것이다.

WSJ는 "대형 히트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엔지니어와 개발자들이 기업문화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테크(tech)붐'이 일면서 신생기업들 간 인재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이 신문은 지금 나타나는 직원 우대 수준은 1999년 IT버블 때와 버금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WSJ는 복장면에서는 1999년 버블 때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복장코드였던 푸른색 셔츠와 카키색 바지 대신 후드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로비오모바일(앵그리버드 게임 제조사),포스퀘어 등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기업의 대표들은 기자회견장이나 비즈니스미팅에도 후드티를 입고 나온다는 얘기다. 이런 문화를 만든 것은 마치 양복처럼 후드티를 즐겨입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영향이 컸다고 WSJ는 분석했다. 저커버그는 유능한 인재를 영입할 때 숲속을 함께 거닐며 면접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