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이 지난 두 달간의 하락세에서 벗어나며 원자재 관련 종목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완화되고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이다. 하반기 달러화 약세로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원자재 관련 펀드도 손실폭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수요 회복 전망에 관련주 강세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정유와 금속 등 원자재 관련주는 1~4%의 강세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이 전날보다 2.14% 오른 21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한 GS는 4.77% 뛰었다. 에쓰오일은 2.34% 상승했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원유 가격 상승은 석유제품인 휘발유와 경유 수요 증가 전망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정유업체 수익에 긍정적 신호"라며 "석유화학업체들도 제품 수급 상황에 따라 선별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 매출이 전체의 35%를 차지하는 고려아연도 귀금속 가격 상승에 힘입어 0.48% 올랐다. 금속가공업체 풍산은 1.49%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전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98.67달러로 2.02달러(2.1%) 올랐다. 이에 힘입어 국제 원자재 가격 지수인 CRB지수는 346.3으로 6.1포인트(1.8%) 상승했다. 지난 2월 이후 최저치인 지난달 27일(328.7)과 비교하면 5.3% 올랐다. CRB지수는 5~6월 8.8% 급락하면서 두 달간 낙폭으론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원자재펀드도 들썩

원자재펀드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펀드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자재펀드는 최근 1주일(7일 기준)간 4.31%의 수익을 거뒀다. 이번주 수익률 회복으로 1개월 수익률도 0.45%까지 올라왔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4.89%로 여전히 손실을 내고 있다. 원자재펀드는 지난달 미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5.30% 손실을 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슈로더투신운용의 '슈로더글로벌에너지HA'는 최근 1주일간 원자재펀드 중 가장 높은 6.15%의 수익을 올렸다. '푸르덴셜글로벌천연자원UHA'도 5.87%의 우수한 성과를 냈다. 이에 비해 농산물펀드는 최근 1주일 -0.63%,1개월 -6.32%로 여전히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미 경기는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침체)를 거친 후 점차 회복세를 탈 것"이라며 "경기 회복 추세와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원자재펀드 투자는 좋은 투자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강세 지속 전망

글로벌 상품 가격의 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채현기 대신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5~6월 그리스 채무위기와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상품시장에서 빠져나갔던 자금이 되돌아오고 있다"며 "최근 미국의 고용과 소비가 모두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도 상품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지만 추가로 한 차례 정도 더 올린 후에는 긴축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점도 원자재값 강세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략비축유 방출에 따른 유가 안정 효과가 예상보다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은 글로벌 수요 회복에 힘입어 앞으로 12개월 동안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태호/서정환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