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업계가 시름에 젖어 있다. 원가 상승,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농촌 수요 감소,일본 업체들의 저가 공세라는 3중고(苦) 덫에 빠진 탓이다.

국제종합기계는 올 상반기 이앙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대동공업과 동양물산도 상반기 매출이 5~6% 정도 감소했다고 전했다. 중소형 농기계 업체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수익구조 악화로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제역 탓 영업 부진…원가도 상승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초 구제역 파동이 농기계 업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이날 "영업활동을 활발하게 벌일 즈음에 '구제역 파동'이 일어났다"며 "판촉을 위해 시제품을 싣고 다닐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폐업 농가가 급증하면서 수요가 급감했다"고 덧붙였다.

제조 원가가 가파르게 솟구친 것도 업체들에는 부담 요인이다. 유가를 비롯해 철광석,고무 등 원자재 가격이 올 들어 최대 20%까지 급등했지만 제품가에는 반영하지 못해 이익 구조가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농협 등 기관들도 농기계 임대 사업 재계약시 원가 상승분을 전혀 반영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농기계 업체들이 금명간 기계값을 5% 정도 올릴 계획이지만 원가 상승폭에 미치지 못하는 인상폭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고급 사양의 고가 제품 위주로 영업을 펼쳐왔던 일본 농기계 업체들이 저가 제품을 잇따라 내놓는 것도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최대 농기계업체 구보다는 올 들어 콤바인,트랙터 등의 저가형 모델을 잇달아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얀마농기 역시 저가 사양의 다른 모델을 들여오기 위한 검토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기계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당장 큰 피해는 없지만 중저가 시장 경쟁이 가속화하면 장기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기상도도 '흐림'

업계는 '불황 전선'이 하반기에도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상반기 모내기에 사용하는 이앙기,트랙터 등 매출이 많이 나와야 가을 수확기에 콤바인(탈곡기) 매출로 연결되는데 상반기 실적이 워낙 나빴던 탓이다. 국제종합기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콤바인 판매가 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생산량을 크게 줄이는 전략을 펼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동양물산 관계자도 "내수시장은 이미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동남아 남미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