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가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경제고통지수는 평균 8.0으로 지난해 6.6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의 7.9보다도 높았다. 지난 3월 경제고통지수는 8.7에 달해 2001년 3월(9.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고통지수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기상용어인 불쾌지수를 차용해 고안한 것으로 국민 체감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한다. 지수가 높을수록 물가가 비싸고 실업률이 높아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 들어 경제고통지수가 상승한 것은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4% 안팎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물가 상승률은 매달 4%를 넘으면서 지난해보다 2%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한국의 경제고통지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부터 4월까지 15.6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당시 물가 상승률은 9%대,실업률은 6%대였다.

주요 선진국의 경제고통지수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 5월 경제고통지수는 12.7로 1983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은 지난 3월 8.8%까지 떨어졌던 실업률이 4월 이후 9%대로 높아진 가운데 지난해 1%대에 머물던 물가 상승률마저 3%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경제고통지수는 2009년 11월 이후 매달 10을 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제고통지수는 지난 4월 12.7에서 5월 12.6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높다.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계량화해 보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 지표를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LG경제연구원은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외에 어음부도율과 산업생산 증가율을 포함시켜 경제고통지수를 작성,발표한다.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의 상대적 중요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앤드루 오스왈드 영국 워릭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실업률이 1%포인트 오르는 것은 물가상승률이 1.7%포인트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고통을 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