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조 혈세' 받아 살아난 대우조선, 골프장까지…계열사만 15곳
대우조선해양이 경기 용인에 800억원을 투자해 18홀짜리 골프장을 짓고 오는 10월 개장한다.

외환위기 때 1조1000억원가량의 공적자금을 받은 기업이 주력 업종과는 상관없는 골프장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부적절하며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국민혈세를 쓴 기업의 경영 관리와 감독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 "골프장 사업다각화 차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조 혈세' 받아 살아난 대우조선, 골프장까지…계열사만 15곳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용인시 백암면 고안리에 가칭 '웰리브용인CC'라는 퍼블릭(대중용) 골프장을 짓고 있다. 작년 10월 대우조선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착공했으며 운영은 대우조선 계열인 에프엘씨가 맡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22일 에프엘씨에 3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골프장 부지는 옛 대우그룹 시절 연수원 땅으로 대우조선이 2003년 연수원 건물과 여기에 부속된 129만㎡(약 39만평)의 토지도 함께 넘겨 받았다"며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계속 놔두면 세금만 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골프장으로 개발해 연수원을 고급화하는 동시에 수익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장 건설은 사업 다각화라는 기업 본연의 활동을 위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골프장이 회원제가 아닌 대중용인 만큼 인근 체육 단지와 함께 여가 시설로서 '국민 체육 진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대우조선 측 주장이다. '골프=사치'라는 등식 탓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뿐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1조원대 국민 세금 못 갚았는데…

대우조선은 1998년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자금난에 몰렸을 때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면서 구사일생으로 기회를 잡았다. 이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함께 조선 · 해양 부문 글로벌 '빅3'로 평가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간 매출은 12조원 규모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숫자도 크게 늘렸다. 총 15개로 이 중에선 조선 · 해양 부문과 관련 없는 호텔,급식,여행 등의 사업도 한다.

대우조선이 부활하기까지는 국민 혈세가 밑바탕이 됐다. 1999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출자 전환을 하면서 투자한 돈은 총 4320억원(1주당 5225원)이다. 받을 빚을 탕감해 주는 대신에 이를 대우조선 주식으로 바꿨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우조선에 대한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투입한 금액도 6657억원에 이른다. 모두 합치면 1조977억원에 달한다. 대규모기업집단(공정거래법상 대기업)에 지정돼 있을 만큼 경제력 집중을 감시받고 있는 기업이 골프장 사업을 하면서까지 사업 다각화를 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조선처럼 공적자금을 받은 기업 중 아직 새주인을 찾지 못한 대표적 상장사는 하이닉스반도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리금융 등이다.

이 가운데 회원제든 대중용이든 골프장을 소유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기 때문에 최우선 과제는 회사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어떤 형태로든 받은 돈을 국민들에게 되돌려 주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어떤 이유에서 대우조선의 골프장 사업을 허용했느냐에도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 31.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주요 투자를 감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08년 대우조선 매각 작업이 무산된 이후 재매각 일정도 다시 잡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골프장 사업을 눈감아 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