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구들이 국내 시장에 밀려들어오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노빌리아(사진),아이베,유로모빌,소프탈리아,고티에,이탈 등 10여곳이 수입이나 직영 형태로 들어온 데 이어 하반기에는 보루네오가구가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를 내놓는다. 세계 최대 가구 회사인 스웨덴의 이케아도 상륙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10곳이 넘는 유럽 가구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유럽 가구의 잇따른 국내 진출은 급속히 커지는 아시아 가구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이 '테스트 베드(시험평가 시장)'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강승수 한샘 부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가구 품질과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눈높이가 높고 주문이 까다롭다 보니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게 외국사들의 판단인 것 같다"고 유럽 가구의 국내 진출 배경을 해석했다.

기존에 한국을 찾던 고급 수제 가구 브랜드 외에 독일 유로모빌 등 대량 생산 방식의 중가 브랜드들이 한국을 찾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유럽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도 유럽 가구의 한국 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논현동 효과'도 더해졌다. 국내 가구회사들이 잇따라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매장을 오픈하거나 확장하면서 세 과시와 강남 고소득층 대상 마케팅을 위해 유럽 가구를 앞다퉈 수입하고 있다. 논현동 직영점이 각사의 대표 매장 역할을 하다 보니 고급 매장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유럽 명품'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리바트는 6층 규모의 직매장 '스타일샵'을 오픈하면서 이탈리아 주방가구 유로모빌을 론칭했다. 가격대가 국내 주방가구의 2배 수준으로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내세웠다. 에몬스도 최근 소프탈리아와 탈리아 등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2개를,한샘은 이탈리아 소파 브랜드인 이탈을 논현동 매장에 들여놨다.

올초 논현동에 직영점을 연 보루네오가구는 하반기 중 이탈리아 고가 주방가구와 거실가구 브랜드를 수입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대형 가구사들이 유럽 가구 수입 유통에 열을 올리면서 국내 가구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