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있는 D대는 감사원이 전국 200여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인 '교육재정 배분 및 집행실태' 감사를 앞두고 선정한 30개 예비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대학은 재단이 교비회계로 넣은 돈(재단전입금)이 2년 연속 '0원'이었다. 등록금 의존율이 87%에 이른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감사원과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7일부터 30개 대학을 대상으로 예비감사에 들어가면서 대학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예비조사 대상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문제 대학'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대학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 S대는 등록금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예비조사 대상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지난해 4% 넘게 인상해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대학의 지난해 등록금 인상률은 4.4%로 전국 사립대 평균(1.6%)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중부권에 본교를 둔 U대는 성남 분교에 감사원 직원들이 나왔다. 이 대학의 올해 등록금(연간 평균 기준)은 전국 대학 중 두 번째로 비쌌다. 적립금이 가장 많은 서울 E대도 예비조사 대상으로 지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2500억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둔 경기 S대도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대학은 지난해 적립금으로 넣은 돈 397억원 중 322억원을 등록금에서 충당했다. K대와 C대 등 일부 지방 거점 국립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대학 재정 운영 실태를 참고하고 사립대와 비교 지표를 만들기 위해서다.

조사를 받고 있는 대학들은 대부분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S대 관계자는 "감사가 시작됐으니 성실하게 임할 뿐"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처음에는 감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소문이 너무 많이 나서 이제 숨길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지난 8,9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워크숍을 열고 현재 뚜렷한 기준이 없는 '부실대학'의 개념과 부실대학 진단 지표를 이달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홍승용 위원장은 "부실대학을 판정하기 위해 충원율과 취업률 등 교육지표와 등록금 의존도 등 재무지표를 공통적으로 볼 것"이라며 "사립대의 경우 법인전입금과 수익재산 비중 등 법인지표를 평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강현우/양병훈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