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 남동쪽 블랙록 지역에 자리잡은 로열 멜버른GC.오는 11월15~20일 미국팀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 연합팀(인터내셔널팀) 간에 프레지던츠컵이 열리는 곳이다.

최근 이곳에서 티업 기회를 가졌다. 로열 멜버른GC은 큰 나무들이 우거진 농장처럼 보였다. 입구로 들어가자 널찍한 골프 코스가 눈앞에 펼쳐졌다. 초겨울이라 약간 싸늘한 바람이 느껴졌지만 날씨는 쾌청했다. 오전 10시 이스트 코스 1번홀(파4 · 304m) 티업 지점에서 바라본 홀은 자연의 풍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아름다웠다. 쭉 뻗은 홀 주변으로 높은 나무들이 병풍을 친 듯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티샷을 했다. 다행히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하지만 세컨드샷이 깊은 벙커에 빠지면서 겨우 4온.핀까지 남은 거리는 3m 남짓.약간 경사면에서 살짝 건드린 볼이 스르륵 굴러 홀컵을 1.5m 지나쳐버렸다. 결과는 4온2퍼트로 더블보기.

홀 아웃 후 폴 J 렉 로열 멜버린GC 사장으로부터 "이곳은 바닥이 딱딱한 하드 그린(유리처럼 빠른 그린)이어서 온그린 해도 거리 조절이 쉽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곳은 해안 지역의 팜 랜드를 자연 지형 그대로 조성해 코스가 완만하며 해저드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홀에서 양탄자처럼 푹신한 페어웨이 잔디를 벗어난 지점의 러프는 깊다. 러프에 들어가면 볼을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 드라이버샷을 정확히 페어웨이로 보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린 주변을 둘러싼 여러 개의 깊고 넓은 벙커 또한 무시 못할 적이다. 벙커 바닥은 우리나라처럼 푹푹 빠지지 않는다. 바닥이 다져진 것처럼 다소 딱딱하다.

이날 친 코스 중 1~3번홀과 16~18번홀은 이번 프레지던츠컵에서도 사용될 홀이다. 16번홀(파3 · 151m)은 그린이 오른쪽으로 경사졌으며 주변에 7개의 벙커가 자리잡고 있어 공략이 쉽지 않다. 17번홀(파5 · 520m)은 가장 긴 홀로 페어웨이 중간을 조금 지난 지점에 벙커가 가로지르고 있어 세컨드샷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이곳은 1891년 멜버른 골프클럽으로 출발했으며 1895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로열'칭호를 받았다. 1931년 이스트(18홀 · 6007m) 코스,1932년 웨스트(18홀 · 6067m) 코스가 조성됐다. 프레지던츠컵 대회는 이들 36홀 가운데 좋은 코스인 이스트 6개홀과 웨스트 12개홀을 조합한 '컴포지트 코스'(파72 · 6391m)에서 치러진다. 컴포지트 코스는 1959년 캐나다컵(현재의 월드컵) 개최를 제안받았을 때 만들어진 이후 각종 국제대회를 치르고 있다고 렉 사장은 설명했다.

이 골프장은 골프전문지 골프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14위,호주 1~2위를 다투는 명문 클럽이다. 1998년 미국 이외 국가 중 처음으로 프레지던츠컵을 개최했으며 2003년과 2005년 하이네켄 클래식도 열었다.

웨스트 6번홀(파4 · 391m)은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코스로 손꼽힌다. 거의 직각으로 꺾인 우 도그레그홀이어서 공략이 쉽지 않다. 티샷을 깊은 러프와 좁은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꺾인 지점의 우측 방향으로 정확히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렉 사장은 "이 홀은 그린 주변에 위압적인 벙커가 도사리고 있는 데다 그린도 앞쪽으로 경사졌다"며 "이곳의 특징인 하드그린과 여름철 바람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승부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회원은 2300명.비회원은 주중에만 예약 및 플레이할 수 있다. 그린피는 315달러.렉 사장은 "한국인은 해당 골프장 회원 확인서가 있어야 예약할 수 있고,남자는 핸디캡 27(여자 45)까지만 허용한다"고 했다. 그레그 노먼,피터 톰슨,캐리 웹 등이 회원이다.

멜버른=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