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가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11년 동안 누렸던 1위 자리를 BMW에 내주게 생겼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크 템플린 렉서스 미국 총괄관리자는 8일 시카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미국 내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감소한 19만대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은 탓이다. 렉서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RX350을 제외하고 모든 제품을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에서 렉서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8만8000대에 그쳤다. 지난달 미국 판매는 35%나 급감했다. 반면 BMW는 상반기에 13% 증가한 11만3700대를 팔았다. 이 추세대로 라면 BMW는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렉서스를 추월해 미국 고급차 시장 1위를 차지하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7% 증가한 11만900대를 판매하며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템플린은 렉서스의 부진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1위에 집착한 적이 없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또 "지난 6월로 바닥을 쳤다"며 "올해 남은 기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현재 렉서스의 일본 생산 라인은 대부분 정상 가동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 조사기관인 IHS오토모티브인사이트의 애런 브래그먼은 렉서스의 부진은 생산라인 회복만으로는 극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내 렉서스 소비자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에 머물고 있어 젊은층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제너럴모터스(GM)의 뷰익처럼 '나이 든 사람들이나 타는 차'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