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기후 변화에 따른 국내의 경제적 손실이 2100년에 가면 2800조원이나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반도는 2100년 기온이 지금보다 평균 4도 상승하고 해수면은 35㎝ 이상 높아져 해안가 침수로 인해 15만명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한다. 쌀 생산량은 1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300조원을 투자하면 피해 비용은 800조원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붙였다. 재앙과 공포를 정부 예산으로 틀어막자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환경주의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2006년 스턴보고서의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다. 스턴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매우 커 각국 정부들이 지금 당장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연구 방법의 신뢰성과 내용의 편향성 등으로 이미 경제학자들의 혹독한 비판을 받은 보고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먼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대재앙처럼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래손실의 현재가치를 계산하는데 지나치게 낮은 할인율을 적용했다. 할인율이 낮게 적용되면 미래손실의 현재 평가액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그런데도 환경평가연구원은 스턴보고서에서 활용한 모델을 사용했다고 오히려 자랑한다. 게다가 할인율은 후반부에 스턴보고서보다 더 낮게 책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추정 손실 범위에서 수천조원이 출렁인다. 정부가 나서면 무조건 이익이 날 것이라는 장밋빛으로 편향된 예측도 스턴보고서와 비슷하다. 기후 변화에 대한 학계 논란은 아직 뜨겁다. 이산화탄소 보다 태양열이나 화산 등 지구 생태계의 변화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주장도 많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쓰는 돈을 경제성장이나 기술 혁신 등에 쓰면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정부산하 연구원이 미래의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를 내놓는 것을 말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 90년 후 경제적 손실이 2800조원이나 되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오히려 한반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에너지 구조,농업 생산성에서 큰 긍정적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보고서는 객관적 연구 결과가 아니라 공포를 재생산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환경분야 공무원들의 생각이 이런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