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3년이 지났다. 이 기간 중 주식형 상품 등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에 투자했다면 자산가치 급락과 반등이라는 'V자 형태'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면서 고통의 시간을 가져야 했을 것이다. 가격 변동을 견디기 힘든 대부분의 투자자는 지난 3년간 주식형 펀드 등 위험자산 가격이 회복되는 대로 정기예금과 같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왔다.

그런데 은행의 예금 금리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면서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구간에 놓이자 투자자들의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주식 등 위험 자산의 가격 변동성은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정기 예금 금리 수준으로는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 등 노후를 준비하는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가능성은 최소한으로 낮추면서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 채권형 펀드는 '예금 금리+알파(α)'를 추구하는 데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브릭스(BRICs) 등 신흥국 채권형 펀드는 기본적으로 높은 표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들로 구성돼 있어 장기투자 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지역의 국채 및 회사채에 분산 투자해 보다 체계적인 위험 관리가 가능하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면 우선 자신의 투자 목적과 기간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투자 기간이 3년 이내 단기면서 자녀 학자금,아파트 중도금 지급 등 꼭 필요한 자금이라면 신용 등급이 상대적으로 높고 만기가 짧은 채권들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된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낮출 수 있다. 반대로 3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한다면 이머징 국가 채권이나 소위 하이일드 채권이라 불리는 투자부적격 등급의 채권 펀드가 좋은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주식과 비교해 해외 채권이 얼마나 안정적인지,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무엇인지 가장 궁금할 것이다. 먼저 채권의 변동성은 주식 대비 상당히 낮다. 지난 10년간 주식과 채권의 대표 벤치마크 지수를 보면 해외 채권이 주식과 대비해 확실히 변동성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발행자가 만기 시점에는 반드시 원리금을 채권 소유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금융 위기 때처럼 모든 자산군의 가격이 동시에 급락하더라도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발행자가 부도나지 않는 한 원리금 회수가 가능하다. 최근 그리스 등 몇몇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불거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재정 상태가 양호한 국가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데,이머징 채권형 펀드가 이러한 맥락에서 더 높은 투자 매력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채권형 펀드의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는 편입 종목의 신용도,만기수익률,통화 가치의 변동 등이 있다. 먼저 신용도가 높은 채권은 부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지급하는 이자 역시 낮게 책정된다. 각국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며 통화 확장 정책을 펼치는 경기 회복기에는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신용도는 낮지만 고금리 이자를 지급하는 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투자 수익률이 더욱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경기가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때에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선진국 국채 비중이 높은 펀드가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을 경기 회복 국면의 연장선이라고 한다면,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투자 매력도는 여전히 높다고 본다. 다만 그리스 문제 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가격 등락폭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만기수익률은 월 지급식 펀드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지표다. 펀드에 편입된 채권의 평균 만기수익률이 6%라면 1년 동안 채권의 가격 변동이나 환율 변동이 없다는 가정 하에 이자 수입으로 약 6% 수준의 기준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월 분배율이 연 6%를 초과한다면 월 분배금에 투자 원금의 일정 부분이 포함돼 지급될 가능성이 있으며,예상치 못한 채권 가격의 하락이 발생할 경우에는 환매 시 최초 원금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 가입하기 전 해당 펀드의 과거 월 분배율과 편입 채권의 만기수익률 추이를 확인해봐야 한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환율이다. 해외 채권은 달러나 현지 국가 통화로 발행되기 때문에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된다. 예를 들어 브라질 현지 통화 채권에 투자했다면 원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 상승은 환차익,하락은 환차손으로 이어진다. 현지통화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때는 통화 강세가 예상되는 국가의 채권 비중이 높은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특정 국가의 채권에만 투자하는 펀드일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 전망에 대해 반드시 체크한 후 의사 결정할 것을 권장한다.

마지막으로 해외 채권을 직접 매매할 때 는 비과세 혜택이 있을 수 있지만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할 경우엔 과세가 되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요건에 해당되는 투자자라면 신탁이나 해외 채권 직접 매매 형태의 금융 상품이 절세 측면에서 더욱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강효식 미래에셋증권 상품전략본부장 hs0815@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