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車 정비도 '외국인 손'에…기능인력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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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정비업계 '인력 수급' 비상
떠나는 20~30대
힘든 '3D 업종'으로 인식…베트남·中동포 채용 늘어
'기술 공백' 우려
자격증 취득 해마다 감소…기능장, 3년 새 절반으로
떠나는 20~30대
힘든 '3D 업종'으로 인식…베트남·中동포 채용 늘어
'기술 공백' 우려
자격증 취득 해마다 감소…기능장, 3년 새 절반으로
지난 8일 강원 홍천읍 희망리 석화공업사.9900㎡(3000평) 규모의 정비 공장에서 직원 23명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홍천에서 가장 큰 이 공장은 한국인 정비사를 구하지 못해 얼마전 베트남 근로자 3명을 뽑았다. 김영성 사장은 "1년 내내 직원을 뽑는다고 광고했는데 전화 한 통을 받지 못했다"며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한국인 떠난 공장 외국인 채용
서울에 있는 정비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성수동 신우자동차서비스의 유덕호 이사는 "젊은 직원을 뽑지 못한 탓에 직원 평균 연령이 45세로 높아졌다"며 "경력직은 많은 월급을 원하고 신입 직원은 들어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내 자동차 정비업계가 인력난에 빠져들고 있다. 젊은이들이 정비업을 힘들고 위험한 이른바 3D 업종으로 인식하며 꺼리고 있어서다. 때문에 중국동포와 베트남 근로자 등 해외 인력을 채용하는 정비업체들이 늘고 있다.
업계에선 인력난이 부실 정비 서비스는 물론 자동차 산업의 기술공백으로 이어질까 걱정하고 있다.
석화공업사 직원들을 살펴보니 베트남 근로자를 제외한 20명 직원 중 20대는 한 명,30대는 세 명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40~50대다. 김 사장은 "젊은이들이 식당 웨이터를 하면 했지 손에 기름때 묻히는 일은 싫어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정비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검사정비조합연합회(KAIMA) 백진호 기술과장은 "자동차 정비사 희망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며 "결국 해외 인력을 더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AIMA에 따르면 국내 종합 정비(1급)와 소형 정비(2급) 업체 수는 5200여개로 업체당 10~20명씩 총 7만80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 종사자 수가 총 6만5000여명 정도이니 1만3000여명이 부족한 셈이다.
◆정비 기능사 자격증 인기'뚝'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자동차 기능사 자격증은 2007년만 해도 9220명이 땄으나 지난해엔 8097명으로 줄었다. 가장 높은 단계인 기능장은 2007년 336명에서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인 174명에 불과했다. 산업기사는 2009년 1029명에서 지난해 814명으로 감소했다. 2007년(1662명)의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정비 기능인력은 줄고 해외 인력이 늘어나면 기계 산업의 기술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20~30대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영호 여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6~7년 전에는 현대,기아,대우(현재 한국GM) 등 대기업이 정비요원을 공채로 채용했으나 지금은 협력업체를 늘리고 있어 대기업 취업길이 막힌 것도 정비인력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정비업체에 취업하면 첫 해 임금이 월 120만원인데 아르바이트를 해도 이 정도는 받는다"며 "자동차 정비를 배워도 사회적으로 기술자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장성택 BMW코리아 기술이사는 "자동차 정비도 기계제어에서 전자제어로 바뀌고 있다"며 "정비기술자에 대한 국민 인식이 3D에서 '자동차를 고치는 의사'로 바뀌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천=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