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제일 싸요" 현혹 이통대리점 사라질까
KT, 스마트폰 모델 따라 동일한 가격 적용 '페어프라이스' 시행

KT가 동일 기종의 스마트폰이라면 대리점에 상관없이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페어프라이스' 정책을 실시한다. '전국에서 가장 싼 집' '무조건 공짜' 라는 식의 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대리점의 과도한 영업행태를 막고 고객에게 가장 합리적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한다는 취지라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11일 KT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3종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모델에 따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페어프라이스 정책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전국 대리점과 인터넷 매장에 보냈다.

이 정책은 고객이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어느 대리점에 가서나 같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KT 모든 판매처에 표준가격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강제성을 띠거나 이를 행하지 않는 대리점에 제재를 가하지는 않지만 기준으로 제시해놓은 가격 이상은 전산에 입력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실질적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예컨대 페어프라이스가 적용되면 갤럭시S2의 경우 당초 출고가 84만7000원에 KT 보조금 5000원을 더해 할부원금 84만2000원으로 동일하게 가격이 맞춰진다. KT는 여기에 2년 약정과 월5만5000원 요금제 선택시 단말 및 요금할인 명목으로 총 60만원을 할인해 고객들이 한 달에 1만원을 내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모토로라 아트릭스는 출고가 84만7000원에 24만5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할부원금이 60만2000원으로 책정된다. 2년 약정에 월5만5000원 요금제를 쓰면 단말과 요금할인으로 다시 60만원이 차감돼 실제로는 기기값 없이 구입할 수 있게 된다.

KT 관계자는 "매장마다 다른 휴대폰 가격에 대한 불신을 없앰으로써 고객이 동일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대리점들은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인한 낭비를 줄이고 합리적인 영업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 정책이 대리점 간의 가격경쟁을 약화시켜 고객 혜택은 오히려 줄어들게 만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동안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들은 유치 경쟁을 위해 자체 마진을 줄여서라도 할인폭을 늘리는 방식을 써왔기 때문에 KT가 표준가격을 정해놓으면 그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도한 마진을 남겨서 고객에게 돌아가야 할 보조금 혜택을 편취하는 경우 혹은 반대로 마진을 줄여서라도 판매를 늘리려고 했던 경우 양쪽에서 반발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전체 유통망 측면에서는 가격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영업에 따른 기대수익이 보장되는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고 언급했다.

한편 페어프라이스 정책이 적용되는 모델은 삼성전자 갤럭시S2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4, HTC EVO 4G+ㆍ 디자이어HDㆍ인크레더블S, 팬택 베가 레이서ㆍ 미라크A, 모로토라 아트릭스, KT테크 야누스, 델 스크릭ㆍ베뉴, 아이패드2 등 13종이다

다만 LG전자에서 나온 스마트폰은 이번 정책에 대거 빠져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옵티머스 원 같은 경우 구형폰이라 제외됐다 하더라도 5월 나온 최신폰 옵티머스 블랙도 페어프라이스 적용을 받지 않는다.

KT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제조사 장려금이 워낙 커서 가격 컨트롤이 의미가 없는 모델을 제외하고 운영되고 있다"며 "옵티머스 블랙 등 LG전자 제품들은 추가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