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는 수년 전부터 모든 사무실 출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했다. 외장 하드디스크와 USB에 정보를 담아 외부로 빼돌리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 정도면 됐다' 싶었던 작년 말,보안문서를 복사해 외부로 유출하려던 사례가 적발됐다.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내부 정보유출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하이닉스는 이달 초부터 전국 모든 사업장에서 PC에 저장된 문서를 일반 복사용지에 인쇄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대신 보안성을 강화한 특수용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 종이는 센서에 감응하는 금속성 물질이 들어 있어 보안 게이트를 통과할 때 '삑~삑~' 경고음이 울린다. 특수용지 값은 장당 70원.일반 복사용지보다 7배가량 비싸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값비싼 특수용지 사용으로) 비용 부담이 크지만 반도체 정보유출에 따른 피해 방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보안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 업종뿐 아니라 모든 산업 영역에서 '정보유출'은 곧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내 보안의 최고 지향점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회사에 빈손으로 출근했다가 아무것도 가지고 나가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이메일이나 정해진 메신저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USB,외장 하드디스크 사내 반입을 막는 건 기본.이중 · 삼중 철통보안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많다.

전자 · IT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신제품이나 첨단기술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가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등 주요 사업장에서 금속 성분이 포함된 특수용지 이외에는 외부로 문서를 가지고 나가는 걸 금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사내에서 문서를 출력할 때 출력자 이름,출력 시간,출력 횟수 등을 종이에 인쇄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모든 문서를 회사 인증을 받지 않은 PC에서 열람할 경우 파일이 깨져서 보이지 않게 만드는 보안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모바일단말기관리(MDM) 프로그램이란 진일보한 첨단 보안시스템을 도입한 곳들도 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임직원이 출입구를 통과하면 그때부터 중앙 서버를 통해 휴대폰 카메라 촬영,와이파이 사용,내 · 외장하드디스크 사용 등을 원천적으로 막는 시스템이다. 임직원이 사무실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경고 메시지가 뜬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처음 도입했다. 포스코도 올 상반기 이 프로그램을 도입해 임직원들이 사내에서 아이폰,갤럭시S,블랙베리 등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못하도록 막고 있다.

LG화학은 차세대 배터리기술 개발을 맡는 대전기술연구원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컴퓨터 마우스에 지문인식기를 달았다. 지문이 일치해야만 컴퓨터를 켤 수 있다.

'굴뚝'업종도 보안을 강화하는 추세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들은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모든 임직원들로부터 입사 때 예외 없이 비밀유지동의서를 받는다.

동의서를 작성한 임직원들에겐 퇴직 후 직급에 따라 1~3년간 경쟁업체로 이직을 할 수 없도록 하고,이를 어기면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협력사 직원들에 대해서도 협업 기간에 한해 비밀유지서약서를 받는다.

이태명/장창민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