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인선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지도부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1일 김정권 사무총장 내정안을 최고위원회의에서 확정하려 했으나 유승민 · 원희룡 최고위원의 강력한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도부는 12일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홍 대표는 이날 '김정권 사무총장' 카드를 유지한 채 제1사무부총장으로 거론됐던 이종혁 카드를 포기하고 쇄신파인 김성태 의원을 제1사무부총장으로 임명하는 조정안을 제시하며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유 · 원 최고위원은 '사무총장에 캠프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반대했다.

이에 홍 대표가 "내가 당 대표에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사무총장도 당 대표가 임명하지 못 하냐"며 고함을 지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남경필 최고위원이 중재안으로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는 대신 여의도연구소장 등 다른 주요 당직은 탕평인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홍 대표는 당직 인선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두 최고의원의 반대 의견을 기록하고 표결 처리를 강행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최고위원이 "표결을 강행할 경우 강력히 싸우겠다"며 막아 표결 처리도 무산됐다.

급기야 홍 대표가 회의 도중 얼굴을 붉히며 회의장을 빠져나가 회의가 잠시 중단됐다. 회의장에 돌아온 홍 대표는 이 문제를 12일에 처리하기로 하고 회의를 종결했다. 홍 대표는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당직 인선 문제에 대한 해법 찾기에 고심을 거듭했다.

홍 대표와 두 최고위원이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극한 대립을 보인 데는 차기 총선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사무총장은 공천심사위원회에 당연직으로 들어가 공천 관련 실무를 주관한다. 또 당 사무처와 당협 등 전국 조직망을 관리하고,차기 총선과 대선에 사용되는 당원명부 재정비 작업을 주관해야 하기 때문에 차기 총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 진영이 공천을 주도했던 이방호 전 사무총장을 지목해 낙선 운동을 펼쳤던 게 사무총장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유 · 원 최고위원은 사무총장을 홍 대표 측근 인사가 맡을 경우 홍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자기사람을 심는 데 주력해 선거 관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