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맏형격인 1955년생이 은퇴(정년퇴직)를 시작한 지난해부터 우리사회는 '은퇴와 고령화'가 화두였다. 연일 신문,방송 등 매스컴에서 은퇴자들의 실태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은퇴 준비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행복한 은퇴와 건강한 장수를 위해 돈 외에도 건강,일거리,취미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일반 상식이다.

필자는 최근 《100세 혁명》이라는 책을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행복한 고령사회를 위해서는 은퇴와 장수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에 나온 압하지야 공화국의 장수 비결은 채식위주의 소식과 장작 패기,물 긷기 등 육체노동을 지속하는 것이었다. 더욱 눈길을 끈 건 그 곳의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였다. 이곳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것을 아름다움이라 여겼다. '노인'을 뜻하는 단어도 없었다. 100세가 넘은 사람들을 그냥 '오래 사는 사람'이라 불렀다. 안티에이징(anti-aging) 열풍이 불고 있는 한국사회를 사는 한 사람으로서 부럽게 느껴졌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세계 1위라고 한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1.3%를 넘어섰고 2018년께에는 노인 인구비율이 14.4%에 이를 전망이다. 2026년엔 그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은퇴설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희망이다.

하지만 고령사회를 맞이하는 마음의 준비는 부족한 것 같다. 글로벌 조사기관에서 주요 22개국 성인남녀 2만4000명을 대상으로 은퇴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우리나라는 은퇴하면 '외로움''두려움''지루함' 등을 떠올렸다. 반면 유럽은 '자유''행복''만족' 등이라고 답했다.

희망은 있다. 한국에서도 차근차근 준비해 성공적인 은퇴를 맞이한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올해 초 은퇴설계에 대한 수기 공모전을 열었다. 그 열기가 놀라웠다. 장편수기 1000건 이상이 접수됐다. 교장선생님에서 경비원으로,대기업 임원에서 어부로,30대 때부터 차근차근 은퇴를 준비해 환갑인 지금은 누구 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리고 있는 사례까지 각자 자신만의 은퇴 노하우를 소개했다.

사례는 각양각색이었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이들은 은퇴와 장수를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또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은퇴를 준비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희망을 갖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한 것.그 결과 모두가 두려워하는 은퇴 후 생활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었다.

"먼 훗날을 위해 새로운 세상을 예측하고 도전하는 이에게 꿈으로만 여겼던 진정한 행복이 함께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은퇴설계 수기 중 가장 인상깊은 구절이다. 은퇴는 '자유''행복''만족'이 되어야 한다. 그 날이 머지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만덕 < 미래에셋생명 사장 mdha426@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