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11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완화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박 장관은 "인구구조와 주택 선호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다주택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전 · 월세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든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현 정부 출범 초기 제시한 거시정책 목표인 '747'(7% 성장,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강국)을 아직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주택자 규제 풀겠다

박 장관은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고민이 '전 · 월세 대란'"이라고 말했다. 1,2인 가구 증가로 소형 주택은 물론 전 · 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다주택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공급 물량이 감소해 대란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는 "다주택자들이 좀 더 원활하게 전 · 월세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확충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장관은 이에 따라 △전 · 월세 보증금을 정부가 지원해주거나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을 통해 매입한 후 공급하는 방안 △보금자리 주택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돌리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수도권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양도세 중과 배제 등)을 완화하는 것과 전 · 월세 소득공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복지보다는 성장이 먼저

박 장관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당초 5%에서 4.5%로 하향 조정한 이후 불거진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 포기론'에 대해서도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회복이 더딘 만큼 전망치 조정은 불가피했지만 7% 성장 잠재력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 잠재 성장률은 4% 중반이지만 사회갈등 완화와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2%포인트 끌어올릴 여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치권에서 복지 정책 확대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성장이 있어야 복지가 있다"며 "일자리 맞춤형 복지도 중요하지만 2만달러인 국민소득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3만,4만달러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성장을 위해선 감세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도 경우에 따라 소비세율은 올리더라도 법인세율은 대체로 낮추고 있다"며 "하나의 기업이라도 끌어오기 위해 국제적 조세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름값 관세 인하 불가

정유사들의 기름값 100원 인하 조치 종료 이후 제기된 석유류 관세 인하 요구에 대해선 "원유 관세율을 3%에서 0%로 낮춰도 ℓ당 인하 효과는 20원에 불과하다"며 "세수는 1년에 1조2000억원 줄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인하효과는 '찔끔'이어서 내리고도 욕먹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선 "부실대학에까지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세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