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424호 법정.국내 최초로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 대표와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들의 재판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피고석에는 H증권 C대표,E증권 N대표,H증권 P상무,스캘퍼 팀 '태륭' 등 모두 9명이 섰다. 40명이 정원인 재판정에 8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어찼다.

이날 법정에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한창훈) 심리로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쟁점은 증권사들이 스캘퍼에 제공했던 차별화된 특혜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거래와 관련한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검찰 측은 증권사가 스캘퍼들에게 △전용 내부 전산망과 △필수 절차인 원장체크(유효성 체크 항목) 절차 중 일부 항목만 체크하는 특혜 △시세 정보 등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일반투자자와 스캘퍼 간의 매매 처리 속도에서 3~8배 차이가 났고,H증권과 E증권은 각각 13억원 및 9억원 상당의 수수료를,스캘퍼들은 13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 법률 대리인 측은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우선 스캘퍼에 내부 전산망을 제공해주는 시스템에 대해 H증권 대리인 측은 "외국에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고,국내에서도 여러 증권사가 선물 시장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며 "자본시장법에 언급된 부정거래에 해당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필수 항목 체크절차를 생략해 거래 속도를 빠르게 만든 혐의에 대해서도 "ELW 매매에는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한 것일 뿐이지 필수적인 절차는 생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세정보를 우선 제공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주가 변동 여부에 대해서는 말해준 적이 없고 가격변동 정보는 모든 투자자들에게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또 "스캘퍼가 수익을 얻은 만큼 개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것도 아니며,감독 당국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줄 알고 있었지만 단속한 적도 없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증권사 측이 스캘퍼들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수십억원대의 수수료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도 이들은 하나같이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답변했다.

H증권 측 변호인은 "C대표는 구체적인 내용도 잘 몰랐다"며 공모혐의를 일축했다. E증권 N대표와 이 회사 J상무 측,스캘퍼 '태륭' 팀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다음 기일 때 자세하게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재판 말미에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재판장의 주문에 C대표는 "대표이사로서 차세대 거래시스템을 도입했다고만 생각했다"며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