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 잘만테크가 또다시 매각작업에 돌입했다. 이 회사 이영필 대표는 경영권을 IT(정보기술) 장비업체 모뉴엘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지분 매각을 시도했다가 계약이 파기된 이후 4개월 만이다.

직접 경영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이 대표의 공언은 '공염불'이 됐지만, 모뉴엘의 우량한 실적과 두 회사의 유사한 사업 영역 등을 감안하면 시너지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영필 대표는 잘만테크 보유주식 133만3333주(지분율 10.29%)와 경영권을 모뉴엘에 매각키로 했다. 매각 금액은 주당 1710원, 총 22억7900만원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월에도 지분 및 경영권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매수인 측이 잔금을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법인에 예치된 이 대표 지분을 가져가 분쟁이 생겼고, 이로 인해 계약은 파기됐다.

그는 사라진 지분을 되찾는 게 힘들다고 판단, 유상증자와 장내매수 등으로 최근까지 263만230주(20.31%)를 다시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한 지분 중 절반 가량을 이번에 팔기로 한 것.

매각 대상인 주식은 이 대표가 최근 유상증자로 받은 것이어서 1년간 보호예수가 걸려 있다. 모뉴엘은 안정적 지분 확보를 위해 잘만테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신주 714만2857주를 따로 취득할 계획이다. 주당 1400원, 총 100억원 규모다.

이번 경영권 매각은 이 대표와 모뉴엘 모두에 '윈윈(win-win) 게임'이 됐다는 평가다.

일단 비상장 기업 모뉴엘은 비교적 싼 값에 상장사를 인수하게 됐다. 대주주인 이 대표 지분을 별다른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매수했다. 유상증자로 받는 지분도 현 시가(11일 종가 1895원)보다 약 26% 싸다. 더구나 유증 자금 100억원은 대주주가 아닌, 회사로 들어오는 돈이다. 회사는 이 돈 중 85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해 부채비율을 낮출 계획이다.

이 대표는 프리미엄 없이 경영권을 넘겼지만, 대신 보유지분 절반을 남겼다. 모뉴엘이 잘만테크를 인수해 회사가 좋아지고 주가가 오르면 이 대표는 지분을 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이영필 대표는 "직접 경영하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나보다 회사를 더 잘 이끌수 있는 매수인이 나타나 신속하게 경영권을 넘겼다"며 "모뉴엘은 매출 등 외형 면에서 잘만테크보다 훨씬 크다. 사업 영역이 일부 겹치는 대신 잘만테크는 기술과 브랜드에서, 모뉴엘은 유통과 영업 면에서 강점이 있어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잘만테크의 새 주인이 된 모뉴엘은 홈 미디어와 네트워크 장비 등을 제조ㆍ판매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2952억원, 영업이익 248억원, 순이익 161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최대주주는 대표를 맡고 있는 박홍석 씨로 지분 94.59%를 보유 중이다.

모뉴엘은 유상증자가 마무리 된 뒤 잘만테크의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새 경영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기존 이 대표는 고문 등의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