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악재가 되살아나 증시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서머랠리 기대에 가렸던 유럽발(發) 재정위기 우려가 이탈리아로 말미암아 재차 불거지면서 코스피지수가 급락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추가적으로 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으로 관망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추세적인 증시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데 기대를 걸고 있다.

12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1.86포인트(1.94%) 떨어진 2115.30을 기록 중이다.

이탈리아 재정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급락 마감한 가운데 이날 코스피지수도 2130선으로 밀려나 장을 시작했다. 외국인이 10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섰고, 기관도 매물을 내놓으면서 지수는 수급선인 60일 이동평균선(2121)을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잠시 잊혔던 대외악재들이 다시 불거지면서 증시가 한동안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관망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면했던 변수들이 한꺼번에 증시에 반영되면서 단기 가격 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국채 발행한도 증액 합의와 이탈리아 등 유럽 재정위기 관련 해결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다시 시장이 리스크에 초점을 맞추는 국면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탈리아 재정 우려는 새롭게 제기된 이슈가 아니고, 코스피지수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있었던 상황에서 조정 빌미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며 "독일 국채(분트)와 이탈리아 채권 수익률 차이(스프레드)가 이달 초 179베이시스포인트에서 현재 295베이시스포인트까지 벌어졌고, 리스크 프리미엄이 올라가면서 이탈리아 우려가 재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코스피지수 2100선 하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주 옵션만기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EU(유럽연합)의 2차 스트레스 테스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거치면서 추가 조정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사안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미국 국채 발행한도 증액 문제도 이달 말까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증시가 다소간의 조정을 거쳐 2050선 부근까지 밀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선 이탈리아 재정위기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데 전문가들은 무게를 두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막은 상황에서 이탈리아 문제를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탈리아는 유로존 내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대국"이라며 "유로존 공멸을 피하려는 정치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겠지만 그리스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수차례 난관에 부딪혔던 것처럼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당분간 대외변수 추이와 달러, 유가 동향 등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김승현 센터장은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유럽 CDS(신용부도스와프)프리미엄 및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는지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달 말께부터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개선세를 나타내면 투자심리가 비관에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코스피지수 2100 아래선 매수에 나서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분기 실적 시즌인 만큼 개별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 센터장은 "지금은 코스피지수 자체를 보기보다 개별 종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시점"이라며 "같은 업종 내에서도 실적 개선세가 기대되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 관점에선 증시 상승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큰 그림 상에선 전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어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이 불거질 때마다 증시가 흔들린 후 다시 올라가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추세적인 상승 기조를 이어가 올 3분기 2300∼2400, 오는 4분기엔 250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김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