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은 지난달 29일 만 21세가 됐다. US여자오픈에서 박인비(19) 박세리(21)에 이어 세 번째 최연소 챔피언이다. 유소연은 우승상금으로 58만5000달러(6억2300만원)를 받았다. 지난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총상금 3억9281만원보다 훨씬 많다. 국내에서 4승을 올리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2009년 상금 5억9785만원보다도 많다. 유소연은 "골프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는 것이 꿈"이라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대회가 자주 중단됐는데.

"사실 어제 오후 들어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었다. 경기를 계속했더라면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기 중단이 내게는 행운이었다. "

▼박세리가 샴페인을 뿌려주고 동료 선수들이 많이 응원해 줬는데.

"세리 언니는 내 골프 우상이다. 우상이 지켜보는 앞에서 우승하게 돼 너무 자랑스럽다. 지은희 언니는 지난 겨울 호주에서 같이 훈련할 정도로 친하다. 이들이 경기 내내 지켜봐줘서 큰 힘이 됐다. "

▼박세리와의 인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골프를 시작한 첫주에 세리 언니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TV를 보면서 마냥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원래 바이올리니스트가 꿈이었는데 세리 언니의 우승 소식을 접한 뒤로 골프에 더 흥미를 느꼈다. 지난해 한국에서 세리 언니와 라운드했는데 언니가 '샷이 훌륭하다. 열심히 노력하라'고 격려해줬다. "

▼신지애의 예전 캐디 고용했는데.

"지애 언니와 친하게 지내면서 캐디도 자연스레 알게 됐다. 지난해 지애 언니와 결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번 대회에 임시로 함께 출전하게 됐다. 잔여홀 경기를 시작하는데 너무 긴장했더니 캐디가 '소연,미소짓고 침착해라'며 평정심을 되찾아줬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

▼잔여홀 경기와 연장전 세 홀이 모두 같은 홀이었다.

"같은 그린 빠르기와 같은 조건에서 연장전을 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됐다. 1타 뒤지고 있을 때 18번홀 버디 퍼팅은 긴장했으나 이것을 넣으면 남은 플레이를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긴장을 풀기 위해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퍼팅했다. "

▼박세리를 빼고 US여자오픈 우승자들이 대부분 슬럼프를 겪었는데.

"큰 대회 우승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아마 나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앞으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

▼올해 강해진 이유는.

"시즌 초반에 새로운 스폰서가 생겨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김승연 한화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큰 힘을 주셨다. 한화에서는 해외 투어,숙박,라운딩 지원 등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주고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기술적으로는 스윙을 교정해 리듬감을 찾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