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의 '형식 파괴ㆍ창의 살리기' 바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보령제약, 사장실 개방…자유롭게 토론
한샘, 산행하면서 격의 없는 임원회의
삼진제약, 5년째 직원들과 찜질방 미팅
한샘, 산행하면서 격의 없는 임원회의
삼진제약, 5년째 직원들과 찜질방 미팅
"문을 닫을 이유가 없고 비밀로 감출 이야기도 없다. 한 사람이라도 더 들어오고 서로가 나누는 모든 것이 아이디어가 된다. "
서울 원남동에 위치한 김광호 보령제약 대표 집무실에는 개인 책상이 없다. 회의용 테이블만 달랑 하나 놓여 있을 뿐이다. '집무 테이블'인 셈이다. 출입문이 있지만 24시간 열어 놓고 다닌다. 김 대표는 "CEO(최고경영자)가 책상에 앉아 있고 임직원들이 앞에 서서 보고하는 권위적인 분위기를 탈피하고 싶었다"며 "직원들과 자유롭게 토론하기 위해 책상을 없애고 답답한 철제문도 전 직원에게 개방했다"고 말했다. 틀에 박힌 회의 문화를 확 바꿔 나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방적인 지시나 딱딱한 보고 체계에서는 창의적 발상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열려라,발상' 형식 파괴 열풍
김 대표는 실무진과 자유로운 토론으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형식 파괴형 CEO'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대표실 안에는 벽에 칠판이 붙어 있는데 직원들과 토론하면서 나오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어 놓고 수시로 점검한다. 김 대표는 "형식을 내려놓으니 서로 말할 '꺼리'가 많아졌다"고 했다. 김종철 제주항공 대표는 업무보고를 휴대폰 문자메시지,SNS,메일 등으로 실시간 전송받고 필요한 회의도 주로 '화상'을 이용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판교로 본사를 옮긴 SK케미칼은 전 임직원 사무실을 투명유리로 만들고,각 층마다 유리 파티션으로 된 회의실을 별도 설치해 수시로 '번개회의'를 열고 있다. 회의실은 '퀴리' '플레밍' 등 노벨상 수상자의 이름을 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아이디어를 끌어올리기 위해 거의 100% 개방한 회의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 캐피탈 사장은 기존 주간회의 방식을 벗어나 2~3개의 안건을 정한 뒤 관련 부서 실무자들과 수시로 자유토론을 벌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좌석 배치를 따로 하지도 않는다. 이른바 서열식 자리배치 공식이 없는 '포커스 미팅'이다.
◆회의 장소가 사무실일 필요는 없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매주 월요일 오후 임원 10~15명과 함께 청계산에 오른다. 회의 테이블에서 못했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간다고 한다.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 이성우 사장은 벌써 5년째 매달 부서별로 30~40명의 직원들과 찜질방 회의를 열고 있다.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은 김낙회 사장 취임 이후 회의 명칭을 '노노미팅'으로 정하고 노타이틀,노타이 회의를 하고 있다. 노노미팅에서는 사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서로를 '~~~프로'라고 호칭한다. 직급에 영향받지 않고 수평 관계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다. 제일기획은 최근 마케팅서비스본부를 서울 서초동 GT타워로 이전하면서 2~3명이 즉석 회의를 할 수 있는 토크 포인트,서가 · PC룸 · 조약돌 바닥을 설치한 '오픈 아이디어 라운지' 등을 만들었다. 회사 밖에서 열리는 회의도 증가하는 추세다. 제주도 김녕요트투어에 따르면 최근 1~2년 새 30인승 요트인 보나520호를 대여해 회의 또는 워크숍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부쩍 늘었다. 김광경 김녕요트투어 대표는 "삼성화재 미래에셋증권 등이 임직원 회의를 선상에서 열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