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클럽' 꿈 꾼 반얀트리에 무슨 일이…
서울 남산 타워호텔이 '반얀트리 클럽&스파'(사진)로 변신한 건 지난해 6월이었다. 2007년 타워호텔을 인수한 부동산개발업체 어반오아시스가 싱가포르의 럭셔리 호텔체인 반얀트리와 클럽 운영계약을 맺고,이곳을 '대한민국 상위 1%를 위한 사교장'으로 만든 것이었다. 반얀트리는 개장 당시 높은 회원권 가격(1인당 1억3000만원)과 '연예인이나 미혼은 받지 않는다'는 까다로운 입회심사,'6성급 호텔'에 걸맞은 최고급 시설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1년이 흐른 지난달 24일 이곳에선 어반오아시스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호연 대표이사를 제외한 기존 경영진은 모두 물러났다. 유인식 전 엘칸토 부사장을 공동 대표로 선임하고,홍연달 R&G마케팅 대표,육복희 변호사 등을 새 이사로 뽑았다. 공동 대표이지만,실질적인 경영은 유 대표가 맡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문을 연 지 1년밖에 안 된 업체가 기존 경영진을 바꾸는 건 흔치 않은 일.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금융위기에 경영미숙 겹쳐

어반오아시스가 타워호텔을 인수한 건 2007년 3월.은행 빚을 포함해 1200억원이 들었다. 그해 10월 어반오아시스는 반얀트리와 운영계약을 맺고 1962년 건립된 낡은 빌딩을 '럭셔리 회원제 클럽'으로 바꾸기로 했다. 1400억원을 투입,218개였던 객실을 50개로 줄이는 대신 최고급 스파시설과 수영장 골프연습장 축구장 등을 지었다.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회원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생겼다. 회원 수는 당초 계획한 3300명(계좌 수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00명에 그쳤다. 적자는 이때부터 예견됐다. 회원권 분양을 통해 4000억원 이상 확보해야 '선순환 투자'가 이뤄지는데 타워호텔 인수비와 리모델링비에도 못 미치는 2300억원에 불과했던 탓이다. 어반오아시스는 2007년 290억원 적자에 이어 2008년 405억원,2009년 32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6월 클럽 문을 연 뒤론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당초 약속했던 '초특급 서비스'를 선사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기존 회원들이 실망하다 보니 '입소문 마케팅'으로 추가 회원을 확보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회원 수가 적은 데다 그나마 회원들의 이용률도 낮아 스파 등 유료시설 영업을 통해 거두는 수익도 보잘 것 없었다. 결국 지난해 어반오아시스는 매출 146억원에 538억원의 적자를 냈다.

◆"내년에 흑자로 돌리겠다"

어반오아시스 주주들과 쌍용건설 등 채권단은 한 때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일단 '선(先)정상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지금 팔아봤자 '헐값'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임 유 대표는 "내년까지 회원 수를 1000명 이상 추가 확보해 흑자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럭셔리 회원제 리조트'란 반얀트리의 매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서비스 수준만 끌어올리면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 대표는 "인력을 재배치하고 비용을 줄여 '초특급 서비스'를 할 만한 고급 서비스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기존 회원 사이에 '반얀트리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면 추가 회원모집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으면 채권단 등과 협의해 추가적인 시설투자에도 나설 것"이라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결혼식과 대형 세미나 등도 적극 유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