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공업지역이자 인구가 가장 많은 광둥성이 정부에 '1가구 1자녀 정책' 완화 시범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 정부가 1979년 이후 30년 넘게 지속해온 산아제한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12일 동방조보 등에 따르면 광둥성은 부부 중 한쪽이 독자일 경우 둘째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겠다며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지금은 소수민족을 제외한 한족 부부는 원칙적으로 자녀를 1명만 낳을 수 있다. 2000년 이후 일부 성 · 시에서는 부부가 모두 독자일 경우에만 두 번째 자녀를 낳을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올해부터는 헤이룽장 지린 랴오닝 장쑤 저장성 등 5개 성에서 부부 중 한쪽이 독자인 경우에도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광둥성이 1가구 1자녀 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사회적 부담이 늘고 있는 데다 홍콩 원정 출산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구센서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3.26%,65세 이상은 8.87%를 차지해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00년에 비해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2.93%포인트, 65세 이상은 1.9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리바오쿠(李寶庫) 노년사업발전기금회 이사장은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65세 이상 노년 인구가 1억명을 넘는 나라"라며 "중국의 노인 비중은 2018년 전체 인구의 6분의 1,2025년에는 5분의 1,2050년에는 3분의 1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고 사회보장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이어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수천만명의 노인들이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중국은 또 본토인이 홍콩에서 자녀를 출산할 경우 1가구 1자녀 정책에서 예외로 인정해주고 있다. 이로 인해 2006년 이후 부유한 본토 중국인들의 홍콩 원정 출산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계층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쩡쯔전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광둥성의 조치는 중국에서 모든 가정이 조건 없이 두 자녀를 낳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늦어도 2020년에는 이런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동방조보는 부부 중 한쪽이 독자인 경우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중국의 출생률은 1.9~2.0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펑펑 광저우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근본적인 국가정책의 변화를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설령 제도가 바뀌더라도 생활비 상승 등으로 인해 정부가 보조금을 주지 않는 한 둘째 아이를 가질 부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 원정 출산도 홍콩 시민권 등 다른 혜택을 바라고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