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한다고 손 뗄 때는 언제고…"

중소 금형업체들이 삼성,LG 등 대기업들의 이분야 진출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일감 축소와 인력 유출 가능성이다. 당장 삼성전자,LG전자의 가전,휴대폰 분야 금형 하청이 줄어들게 되고,이들이 공동구매사업(MRO)처럼 외부 수주에 나설 경우 중소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인력문제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한 금형업체 인사담당 상무는 "대기업들은 경력자 채용을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7~8년씩 공들여온 전문인력을 1~2명만 내보내도 회사가 휘청이게 된다"며 "금형은 특성상 3년 정도 지나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사업성이 없다'며 금형 부문을 포기했다가 갑자기 다시 뛰어드는 데 대해서도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LG전자 금형사업부는 1999년 나라엠앤디로,삼성전자 금형부문은 2001년 에이테크솔루션으로 각각 분사됐다. 금형조합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원가절감,기술개발 등으로 초정밀 금형 부문의 경쟁력을 쌓아왔는데 이제 와서 자본력과 인력 빼가기를 통해 중소기업들을 죽이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금형은 전형적인 소량 다품종 업종라는 점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기업보다는 스피드와 변화에 민감한 중소기업에 적합하다"며 "대기업들이 금형 사업부를 안에 두어야 디자인,기술 부문과 연계할 수 있다고 하는데,이는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협의와 적극적 지원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