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남동쪽으로 뻗어 있는 왕복 6차선 '델리-노이다 플라이웨이'.이 도로를 타고 자동차로 한 시간가량 달리면 신도시 노이다가 나온다.

인도 가전시장의 50~60%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 제1공장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1997년 진출한 LG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LG전자 인도 법인 매출은 2008년 20억달러대에서 매년 20~30%씩 성장해 지난해 30억달러를 돌파했다.

권순황 LG전자 인도법인장(전무)은 "3~4년 후 가전시장이 100% 이상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제3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며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시장 놓고 한 · 일 대전

권 전무는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의 공세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며 위기감을 감추지 않았다. 파나소닉은 작년 중순부터 가격을 20~50% 낮춘 저가제품을 뿌리기 시작했다. 소니는 올 들어 중산층을 겨냥한 19 · 26인치의 저가 평판 TV를 팔기 시작했다.

김병순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도시장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인 국내 기업이 새로운 도전과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990년대 초 인도에 진출했다가 열악한 비즈니스 환경 탓에 철수했던 다국적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후발자(late comer)들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원가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KOTRA는 일본과 인도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으로 일본 기업의 인도 진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일본의 대(對) 인도 수출 상위 4대 품목은 자동차 부품,기계 및 부품,전기기기,철강으로 모두 겹친다. 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기존 비즈니스 틀을 뛰어넘어 새로운 수요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농촌지역 마케팅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인력난 · 인건비 상승도 위협요인

박한우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장은 "인도에서 가장 부족한 게 사람과 땅"이라고 말했다. 숙련된 근로자를 구하기 힘들고,부지를 매입하려고 해도 사유지들이 법적 분쟁으로 얽혀 있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LG전자가 제3공장 부지를 확정하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대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수시로 인력을 빼가고 있어 인력 관리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10~15%씩 오르는 임금 인상도 위협 요인이다. 현대차와 협력업체의 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80만~100만원 정도.한충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도에서는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찾아볼 수 없다"며 "글로벌 기업의 저가 공세와 임금 상승 등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는 요인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델리 · 첸나이=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