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지난 6월 "삼성 조직에 부정과 나태가 만연해 있다"고 질책한 후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 임직원들의 부정과 나태를 몰아내기 위한 강도 높은 쇄신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그룹 경영진단(감사)에서 산업용 공기압축기 일부 제품의 품질 불량 문제를 알고도 관행으로 치부해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제품을 출하한 사실이 적발돼 관리 책임이 있는 임직원을 인사조치했다고 12일 발표했다.

해당 공기압축기에 대해선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목표 효율에 미달하는 제품은 전량 리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리콜 대상은 2010년 이전 생산제품 300여대다.

삼성테크윈은 조영태 파워시스템사업부장(상무)을 팀장으로 하는 리콜대책 태스크포스도 구성했다. 회사 직원이 거래처를 찾아 성능을 재측정한 후 제품을 교환하거나 부품교체,수리 등의 방식으로 리콜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도 그룹 경영진단에서 임직원 비리 등이 적발되자 관리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삼성테크윈 일부 임직원이 품질 불량 때문에 인사조치된 소식이 전해지자,삼성 안팎에선 이 회장의 질책이 임직원 부정 · 비리뿐 아니라 품질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초 임직원 개인 비리 문제로 알려졌던 삼성테크윈 경영진단 결과가 제품 하자와도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삼성전자가 올 1월부터 4월까지 설치한 신제품 홈멀티에어컨에 대해 '찾아가는 서비스'형식으로 오작동 문제를 자발적으로 점검한 것도 품질 관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1993년 당시 금형불량으로 접촉면이 맞지 않자 직원들이 세탁기 제조 과정에서 칼로 플라스틱을 긁어내는 장면을 우연히 비디오를 통해 본 것을 계기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자'는 신경영을 선포했다. 삼성은 이후에도 통화 품질이 나쁜 삼성전자 휴대폰 15만대를 불태우는 등 품질경영을 강화했다. 삼성 관계자는 "신경영의 계기가 된 것이 불량세탁기 문제였듯 삼성테크윈 경영진단 등이 그룹 전체적으로 품질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