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우려 재발에 급락, 211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이 열흘 만에 '팔자'로 돌아섰고 기관도 매물을 내놨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7.43포인트(2.20%) 떨어진 2109.73으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재정 우려가 커지면서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급락 마감했다. 이 가운데 코스피지수도 2130선으로 밀려나 장을 시작한 후 수급선인 60일 이동평균선(2120) 아래로 밀려났고, 끝내 2110선 아래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912억원, 212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내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개인이 465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프로그램은 매수 우위 기조를 유지했지만 그 강도가 최근일 대비 눈에 띄게 약화됐다. 차익거래는 110억원 순매도, 비차익 거래는 272억원 순매수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162억원 매수 우위로 집계됐다.

의약품을 제외한 대다수 업종이 내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팔자'에 나선 운수장비가 3%대 넘게 떨어져 전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밀렸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인방이 3∼5%대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증시 급락에 증권업종이 3%대 내렸고, 기계, 화학, 은행, 전기전자 등이 2%대 하락했다.

이와 함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내림세를 보였다. 시총 30위권 내에서 KT를 제외한 전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SK텔레콤은 엿새째 하락,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반면 또 다른 인수 시도 기업인 STX는 하루 만에 반등했다.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맥스와 베이직하우스가 5∼6%대 급등했다. 벽산건설은 채권단으로부터 1000억원을 지원받는다는 소식에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잠시 잊혔던 대외악재들이 다시 불거지면서 증시가 한동안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관망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면했던 변수들이 한꺼번에 증시에 반영되면서 단기 가격 조정으로 나타났다"며 "미국 국채 발행한도 증액 합의와 이탈리아 등 유럽 재정위기 관련 해결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다시 시장이 리스크에 초점을 맞추는 국면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 2100선 하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주 옵션만기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EU(유럽연합)의 2차 스트레스 테스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거치면서 추가 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한가 9개 등 161개 종목이 상승했고, 하한가 6개를 비롯해 685개 종목이 내렸다. 47개 종목은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