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뺏고 사람 뺏자는 게 아닙니다. "

윤재웅 LG전자 금형기술센터장은 답답해했다. 금형을 놓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게 당혹스럽고 할 말이 많다고 했다. 12일 경기 평택 LG전자 사업장을 찾아 윤 센터장에게 금형 사업을 하려는 이유를 들어봤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경기 평택에 금형기술센터를 세우고 올해 말까지 금형공장을 짓기로 했다. LG전자가 금형사업 진출을 선언하자 중소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한다"는 것이었다. 휴대폰과 TV 냉장고 등 주요 전자제품의 외관을 만드는 틀 역할을 하는 금형은 급기야 중기 적합업종 후보군에 올라갈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왜 하는가…금형사관학교로 돌아간다

그는 LG전자 전신인 금성사 시절 이야기부터 꺼냈다. LG그룹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회장은 락희화학공업(현 LG화학)을 경영하면서 1958년 금성사를 세웠다. 당시 금성사에서 맡은 일은 소독액 장비 생산.금형 설계부터 생산까지 직접 금성사가 했다. 40여년간 금형공장을 운영하면서 LG전자는 '금형사관학교'로 불렸다. 금형사업을 '나라엠앤디'란 회사로 축소,분사시킨 것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이었다.

윤 센터장은 "당시 국내 금형업계 절반 이상이 금성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며 "사관학교를 다시 되살리는 것으로 생각해달라"고 했다. 또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인 애플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디자인'은 금형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외환위기 시절 포기했던 금형에 LG전자가 다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도 디자인 경쟁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디자인을 강화하려면 금형기술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협력업체들에 금형을 모두 맡기기엔 국내 경쟁력이 떨어져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내 금형 업체 80~90%가 5인 이하 영세기업이다 보니 설비 교체나 과감한 신규기술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직접 투자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협력사에 기술 이전하는 것이 중장기 전략

윤 센터장은 "LG전자 금형사업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해의 근거로 LG전자의 금형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올해 말 금형공장이 세워지면 신기술을 접목한 보안제품 금형만을 공장에서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금형은 기존 협력업체들에 그대로 맡기고 가전과 TV 등 신규 투자가 필요한 부분만을 직접 하겠다는 얘기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협력사에 금형 신기술을 이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협력사에 700억원 규모의 성형설비 투자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협력사 생산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LG 금형 긴급지원팀'도 꾸렸다고 했다. 전자현미경과 상온 및 고온 성형성 평가기와 같은 고가 장비도 협력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금형 및 성형 품질지원센터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형기술 협력사 이전을 몇년에 걸쳐 계속하면 협력사 실력도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람을 빼간다'는 비판에 대해선 "50인 이하 금형업체 출신은 아예 뽑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는 "경력직원 채용은 공장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수준으로 최소화하고 나머지 인력은 신입 사원으로 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택=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