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우산,장화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만 양수기 업체들은 울상이다. 연일 장맛비가 내리는데도 양수기 수요가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모터나 엔진의 동력을 이용해 낮은 곳의 물을 끌어올리는 양수기는 여름철 폭우 때 빗물 수위를 조절하거나 수해 복구에 쓰는 필수도구다. 하지만 양수기 업체들은 장마 특수는커녕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동양테크툴 현대건설기계종합상사 등 양수기 유통업체들은 최근 양수기 매출이 비수기인 겨울이나 봄철 수준이라고 밝혔다. 비가 많은 여름철이 성수기인데도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중소업체들의 판매량은 장마가 시작되기 이전보다 줄기도 했다. 양수기 제작업체인 혼다 관계자는 "올여름엔 특수 기대를 아예 접었다"고 하소연했다.

예년보다 3~4배가량 많은 강수량의 장맛비가 연일 내리고 있는데도 양수기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역설적으로 과도한 강수량이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요즘처럼 시간당 강수량이 10㎜를 넘어서는 폭우를 처리하는 데 일반 양수기가 역부족이기 때문이라는 것.

대광건설기계 관계자는 "강수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빗물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적당히 비가 오면 양수기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만 올해 같은 장맛비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양수기 전문업체인 천일펌프 관계자도 "폭우가 잦아들면 양수기 판매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장마가 빨리 멈추길 기다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소람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