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명 제주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올 가을 학기부터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풍력발전 특화 수업을 개설하기로 했다. 포스텍과 제주대가 풍력특성화대학원을 설치해 대학원생들에게 풍력발전을 가르치고 있지만,학부 과정에서 이 같은 커리큘럼을 도입하는 건 제주대가 처음이다. 이 교수는 "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 같은 산업계 변화에 맞춰 대학 커리큘럼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해 50여명 정도를 국내 최고 수준의 풍력 전문가로 육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맞춤형으로 진화하는 이공계 수업

제주대 풍력발전 수업에서 보듯 대학 교과과정이 기업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학으로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졸업생의 취업 걱정을 덜 수 있고,기업으로선 별도 교육없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win-win)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주대가 풍력발전 특화수업을 개설하기로 한 데엔 대한전선 같은 전선 업체들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 국내 2위 전선회사인 대한전선은 제주도의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실증단지 사업에 지난해부터 참여하고 있다. 전력기술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해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사용한 신재생 에너지를 일반 가정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사업의 골자다.

하지만 사업 실무를 담당할 마땅한 인력이 없는 게 골칫거리였다. 김영관 대한전선 상무는 "풍력특성화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대를 찾아 고민을 상의했다"며 "제주대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전선통신공학 과목에 풍력발전기를 이용한 실험수업을 넣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기를 통해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직접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 상무는 "앞으로 학생 인턴십 등을 통해 제주대를 풍력발전 등 스마트그리드 전진기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특화형 교육 채용까지 일석이조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인 EMLSI는 최근 5년 사이 전체 직원 57명 가운데 35%에 달하는 20명을 제주대에서 선발했다. 2005년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면서 제주대와 맞춤형 트랙 프로그램을 개설하게 된 게 계기가 됐다. 회사 측이 1년에 2000만원을 투자해 우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학교는 반도체 설계에 관심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장실습과 인턴 등 맞춤형 수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반도체 설계 및 공정 수업도 개설해 EMLSI임직원들이 강의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승훈 EMLSI 부사장은 "1년간 강의를 하다보니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1년간 면접을 본거나 다름없을 정도로 학생들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엔 4학년 1학기 수업을 마치고 곧바로 우수학생 2명을 채용했다"고 전했다. 도양회 제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산업계 수요에 맞춘 교과과정 개편에는 EMLSI 외에도 다음커뮤니케이션 중부발전 STX 등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