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 관 합동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전국 저축은행의 전산망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대주주의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고 부실 저축은행 영업정지 때 가지급금을 조기에 지급하기 위해서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혁신 TF는 전국 100여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 전산망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저축은행들은 예금을 받는 제2금융권 중에서 유일하게 업체별로 전산망을 가동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연합회와 신협중앙회는 통합 전산망을 구축해 개별 조합의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개별 금융회사가 마음대로 전산망을 열어 예금을 불법 인출하거나 회계를 조작하는 게 불가능한 구조다. 시중은행들 역시 신용정보 집중 기관인 은행연합회를 통해 각종 금융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회계 부정이 적발된 삼화 · 부산저축은행 등은 모두 자체 전산망을 쓰면서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 전산망에 가입하지 않은 곳들"이라며 "대주주들이 전산망을 통제하면서 금융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통합 전산망 가입을 유도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저축은행 전산망을 통합하면 부실 저축은행 영업정지 때 가지급금 지급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가지급금 지급 기간을 영업정지 후 8일에서 최근 4일로 단축했는데 전산망 통합이 완료되면 단 하루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한 비용을 들여 자체 전산망을 구축한 대형 저축은행들의 반발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자체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솔로몬 한국 HK 푸른 토마토 현대스위스 제일 프라임 신라 에이스 등 중대형 저축은행 30여곳이다. 이들의 자산 규모는 저축은행업계 전체의 75% 수준인 60조원 선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들은 여러 이유로 수백억원을 들여 독자 전산망을 만들었다"며 "이를 포기하고 중앙회 중심의 통합 전산망을 이용하도록 의무화하면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안대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