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과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간극을 여전히 좁히지 못했다. 사회복지비용 축소와 증세를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는 지난 주말에 이어 11일(현지시간)에도 협상을 가졌으나 '빅딜'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오바마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화당이 부유층에 5달러 추가 부담을 요구하지 못한다면 나도 중산층 노인들에게 500달러나 혹은 그 이상의 부담을 지라고 요구하지 못할 것"이라며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오바마가 고집하는 빅딜은 향후 10년간 4조달러 지출 삭감안이다. 복지비용을 축소할 테니 공화당은 부유층 증세에 합의하라는 내용이다. 그는 이를 위해 재정 적자의 주된 요인인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대상의 의료보험) 개혁안을 제시했다. 메디케어 수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이는 방안이다. 미 의회예산국은 수혜 연령이 67세로 조정되면 2014~2021년 1248억달러에 이르는 예산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베이너 의장은 "증세안을 포함시켜서는 어떤 것도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며 오바마의 안은 수용 불가능하다고 확인했다. 지난 7일 오바마의 빅딜안에 긍정적인 듯했던 그는 대신 증세 없는 2조~2조4000억달러 삭감 수준의 '스몰딜'을 내놨다.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당 지도부 내부는 물론 대통령 경선 후보부터 보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Tea Party)가 지지하는 초선그룹에 이르기까지 어떤 증세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발로 베이너 의장의 입지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이너 의장이 대통령과 함께 야심 찬 재정 적자 감축안을 추구했지만 현실정치의 벽에 부닥쳤다"고 해석했다.

민주당 진보 진영도 오바마의 빅딜안에 반발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메디케어 혜택 삭감을 포함한 어떤 합의에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런 난관에도 오바마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매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인 임시 미봉책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민주당의 비판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며 "공화당도 같은 행동에 나설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NYT는 "빅딜로 대가를 얻으려면 큰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한데 현 시점에서 워싱턴 정치판에는 그런 정치적 용기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다음달 2일을 디폴트 시한으로 설정했다. 오는 22일까지는 협상이 타결돼야 법안을 마련하고 표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게 백악관 입장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