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신용카드 1억1659만장 가운데 68.4%(7976만장)는 비자,마스터,아멕스,JCB 등의 로고가 찍혀 있는 해외 겸용 카드다. 신용카드를 쓰는 20세 이상 인구 3800만명의 2배를 웃돈다. 국내 카드사들은 외국 카드사에 작년 한 해에만 1308억원을 수수료로 지급했다.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겸용 카드는 한 장이면 충분한데도 신용카드사의 마케팅 영향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3~4장씩 겸용 카드를 갖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내 전용 카드보다 비싼 연회비를,신용카드사는 외국 카드사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들의 무분별한 국내외 겸용 카드 발급을 억제해 나가기로 했다.

본지 7월7일자 A9면 참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겸용 카드 남발을 막기 위해 오는 9월부터 신용카드사들이 카드 발급 신청서 양식을 바꾸고,마케팅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강력한 행정지도에 나서겠다고 12일 발표했다.

카드 발급 신청 양식은 국내외 겸용 카드 발급 신청란을 별도로 구분하도록 개선한다. 신청서에 '본인은 국내외 겸용 카드 사용에 따른 혜택과 연회비 부담의 차이 등 상품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이해한다'는 문구가 포함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양식이 국내 전용인지,국내외 전용인지 소비자들이 알기 어렵게 돼 있어 합리적인 선택을 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신규 카드를 모집하거나,갱신을 권유할 때는 카드사들의 모집 관련 지침이나 매뉴얼 등에 연회비 부담액 등 필수 고지사항을 반영하도록 해 소지자 선택권을 보장할 방침이다. 국내외 겸용 카드는 국내 전용 카드에 비해 연회비가 두 배가량 비싸다. 국내 전용 카드는 연회비가 2000~8000원이지만 겸용 카드는 5000~1만5000원 수준이다. 카드사는 또 국내 신용판매 이용액의 0.04%,국내 현금서비스 이용액의 0.01%를 해외 카드사에 지급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외 겸용 카드 중 87.3%는 국외에서 한 번도 쓰지 않았다"며 "소비자가 국내 전용 카드와 국내외 겸용 카드의 차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필요한 카드만 발급받으면 연회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겸용 카드는 2007년 말 6807만장에서 2009년 말 8020만장까지 늘었다가 작년 말에는 7976만장으로 소폭 줄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