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가담자가 수사에 협조한 경우 기소를 하지 않거나 형을 감면해주는 제도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내부증언자 불기소처분제 및 형벌감면제'와 중요 참고인이 출석에 불응하면 법원 영장으로 강제구인(중요참고인 출석의무제)하고 참고인의 허위진술을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형법 ·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나친 수사편의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라는 비판에다 미국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 유죄협상제)과 거의 같다는 지적이 있어 향후 국회 심의에서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내부증언자 불기소처분 · 형벌감면제로 부패(뇌물 등),조직폭력,마약범죄 등 3종 범죄에 한해 범죄 규명 및 범인 검거 등에 핵심적인 증언을 한 범죄 가담자가 법정에서 증언을 한다는 전제 아래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거나 기소를 하더라도 정상을 참작해 형을 깎아주는 제도다. 그러나 주범이 하수인들의 범죄에 대해 진술한 다음 기소를 면하거나 하수인들보다 낮은 형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자신의 구명을 위해 검사와 '직거래'할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미국에서 시행되는 플리바게닝 제도와 기본 틀이 비슷하다. 이에 대해 김석재 법무부 형사법제과장은 "개정안은 미국식 플리바게닝 제도와 달리 다수인이 관련된 범죄에서 다른 사람의 범행 및 전체 범죄 관련 결정적 진술을 하는 것"이라며 "주범의 경우 불기소처분이 아닌 형벌감면제가 적용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요참고인 출석의무제는 사형,무기,7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 관련 주요 사실을 알고 있는 참고인이 2회 이상 연속해 출석하지 않으면 영장으로 강제 구인하는 제도다. 개정안에 신설된 사법방해죄는 △참고인의 허위진술 △증인과 참고인을 폭행,협박,회유 △법정선서가 없더라도 허위증언을 한 경우 처벌토록 했다.

개정안에는 또 △살인 등 특정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허가를 받고 재판에 참가하는 피해자 참가제 △검찰과 경찰의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인정 등이 포함됐다.

이번 개정안은 과도한 수사편의주의 등에 대한 비판여론으로 지난 5월3일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심의가 보류됐다. 법무부는 이 때문에 내부증언자 불기소처분 · 형벌감면제로 명칭을 변경(원 명칭은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하는 한편 테러범죄를 제외해 대상 범죄를 줄이고 불기소처분 결정 시 검찰시민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변경해 국무회의에 재상정했다. 중요 참고인 출석의무제도 5년 징역형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대상을 줄이고 참고인 강제구인도 총 2회가 아닌 연속 2회로 손질했다.

법무부는 이달 안에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해 내년 초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아 난관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국회에서 반대 의견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설득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플리바게닝

plea bargaining.피의자가 가벼운 범죄나 다수 범죄혐의 중 하나에 대해 유죄답변을 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가벼운 형벌의 선고나 나머지 범죄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받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형사사건에서,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플리바게닝 과정에서 피해자는 소외된다는 비판이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