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1996년 인도 진출을 추진하면서 부품협력업체 12곳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협력사 대표들은 밤잠을 설쳤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었고,실패하면 회사 앞날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도에 진출한 12개 협력업체는 대부분 매출 1000억원이 넘는 탄탄한 현지기업으로 변신했다.

민성기 성우하이텍 인도법인장(이사)은 "힘들게 인도에 왔지만 지금까지 매출이 줄어든 적은 없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1997년 프레스금형 1공장을 짓고 2006년 2공장을 완공했다. 지금은 종업원 2300명,매출 2000억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민 이사는 "현대차의 성장이 협력업체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인도에 진출한 GM 닛산 포드 등에서 부품 공급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성우하이텍은 매출의 7%가량을 포드와 닛산 등에 납품하고 있다.

케이블업체인 인팩의 인도 공장도 1998년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뒤 연평균 30%씩 성장하고 있다. 인팩 인도법인은 지난 3월부터 공장을 3배 규모로 증설하고 있다. 이환모 법인장은 "인도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미리 설비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해외 동반 진출이 협력업체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인도 공장의 1차 협력업체는 당초 12개에서 현재 41개로 늘어났다. 현대차는 비핵심부품에 대해 30여 인도 현지 협력업체와도 거래하고 있다.

한국국제경영학회가 지난 4~10일 인도 첸나이와 뉴델리에서 개최한 하계 학술대회에 참가한 경영학자들은 현대차와 협력업체의 동반 진출을 높이 평가했다. 전병준 중앙대 교수는 "현대차가 품질 관리를 위해 한국 부품업체와 동반 진출한 것이 인도에서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용호 광주대 교수는 "현대차가 부품업체와 동반 진출하면서 빠른 원재료와 부품 공급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첸나이=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