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불꽃을 댕긴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연합(EU) 핵심 국가로 번질 조짐이다. EU 수뇌부가 연일 그리스 사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 않자 위기감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성 자금이 서둘러 유로존을 탈출하고 있다. 지난해 '제1방어선'인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엔 '제2방어선'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시험대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등 '큰 국가'로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 투자자들이 서둘러 유로존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고 12일 전했다.

투자자들이 앞다퉈 자금을 빼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그리스 위기 해법이 다시 꼬인 데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규모가 독일의 두 배에 이르는 이탈리아가 최근 균형재정안을 놓고 내분을 빚으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리고 투기 자금이 추가 이탈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유로존 '넘버 1 · 2'인 독일과 프랑스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로존 주요국 사이에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유럽 재정위기가 쉽게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위기 확산의 고리를 끊기 위해 위기의 진앙 그리스에 '부분적 디폴트'를 허용하고 채무 일부를 탕감(헤어컷)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포르투갈의 채무에 대해서도 탕감 요구가 나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포르투갈까지 부채 탕감에 들어갈 경우 포르투갈 국채를 많이 보유한 스페인으로 재정위기가 곧바로 전염될 것이 뻔하다.

유럽발 충격으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47.43포인트(2.20%) 급락한 2109.73에 마감했고,일본 중국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