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당분간 쉬어가기…美 실적이 반전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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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이탈리아 쇼크'…외국계 증권사 긴급 진단
9일 연속 매수 피로감 "호재 없어 악재에 더 민감"
옵션만기일ㆍ금통위 넘기면 '차ㆍ화ㆍ정' 저가매수 기대
9일 연속 매수 피로감 "호재 없어 악재에 더 민감"
옵션만기일ㆍ금통위 넘기면 '차ㆍ화ㆍ정' 저가매수 기대
외국인이 9일 연속 매수 행진을 멈췄다. 이탈리아발 악재가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위축시키는 모양새다. 외국인을 직접 상대하는 외국계 증권사들도 다소 조심스러운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적 부진 우려가 높아진 정보기술(IT) 비중을 줄이고 소비업종 등으로 눈을 돌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다만 글로벌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해 옵션만기일 금융통화위원회 등의 고비를 넘기면 외국인들이 매수로 돌아서며 수급의 선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외국계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증시 덮친 '이탈리아 쇼크'
코스피지수는 12일 47.43포인트(-2.20%) 하락한 2109.73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열흘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 385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그리스 시장보다 훨씬 규모가 큰 이탈리아까지 재정위기에 부딪히면서 외국인의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전날 밤 미국 알코아의 2분기 실적이 실망스럽게 나오는 등 어닝시즌 시작이 부진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CLSA 관계자는 "이달 초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데 이어 유럽발 악재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시기적으로도 외국인이 숨을 고를 때가 됐다는 진단이다. 안 전무는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거래량이 적어졌고 한쪽으로 쉽게 쏠리게 됐다"며 "호재가 없다 보니 악재에 더 민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분기 실적이 분위기 전환 열쇠
다만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시각까지 바뀐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메릴린치 주식운용담당 임원은 "코스피지수가 하루 2%씩 빠진 것은 과민 반응에 가깝다"며 "9일 연속 사들였기 때문에 하루 쉬겠다는 심리가 크고,팔 사람(매도 주체)도 많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향후 수급 상황에 대해서도 긍정적 시각이 많았다. 안 전무는 "글로벌 유동성은 풍부한데 금리는 낮아 결국 갈 곳은 주식시장뿐"이라며 "외국인의 자금은 빠져나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주식시장에서 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에서 움직이다 2분기 실적 추이에 따라 분위기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봤다.
메릴린치 관계자도 "미국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오면 기업 고용과 설비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것"이라며 "내년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회복되느냐가 향후 오름세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앤드루 가드웨이트 크레디트스위스(CS)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 위기설에 대해 "부채비율이 유럽 내에서 세 번째로 낮고 주택이나 신용 버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며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IT주 부정적…차 · 화 · 정은 펀더멘털 매력
외국인의 업종 선택은 2분기 실적에 따라 엇갈릴 것으로 봤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외국인이 며칠 전부터 IT주 비중을 축소하는 분위기"라며 "최근 주가상승률이 높은 소비업종과 소프트웨어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기존 주도주였던 차 · 화 · 정(자동차 화학 정유)은 저가 매수 수요가 높다는 진단이다. 안 전무는 "국내 기관의 선호가 몰리면서 크게 올라 최근 차익 실현 욕구가 컸다"며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아 조정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유미/이태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