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의사 가운을 벗고 제약회사에 들어가는 중국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종합병원 신입 의사들 중 일을 그만두고 외국계 제약사로 직장을 옮기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의대 졸업 후 바로 제약사에 취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종합병원에서는 한달에 300~400달러(32만~42만원)밖에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반면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 프랑스의 사노피 등 유명 외국계 제약사에서 영업 사원으로 일하면 이 보다 세 배 가량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제약사의 영업직으로 이직하는 의사 수는 더 늘어나 앞으로 5년 안에 1만4000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세계 최대 재보험회사 에이온은 내다봤다.또 의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제약사의 영업 사원 가운데 30~4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의사 수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미국은 국민 635명당 의사가 한 명꼴이지만, 중국은 국민 7000명당 의사 한 명꼴이다.제약사로 직장을 옮기는 의사들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망했다.특히 중소 도시에는 의사 수가 더 적다.쓰촨대학교의 스잉캉 교수는 “중소 도시의 병원은 대도시 보다 월급을 적게 줘서, 제약사로 떠나는 이들이 더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빈곤층과 소외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 혜택을 확대하려는 중국 정부의 계획도 영향을 받고 있다.중국 정부는 2009~2011년에 1300억달러(138조원)을 투자해 이들의 의료보험 가입률을 90%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힘쓰고 있다.하지만 정작 환자를 치료할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