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법원 재판절차 통해 상속권 첫 인정

남한에서 숨진 부친의 친자로 인정받은 북한 주민과 남한에 있는 이복형제·자매의 유산 상속 분쟁에서 북한 주민의 상속분을 일부 인정하는 것으로 법원의 조정이 이뤄졌다.

한반도 전체를 우리 영토로 보는 헌법에 따라 북한주민이 우리 법원에 소송을 낸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분단으로 이산가족이 된 북한 주민이 우리 법원의 재판절차를 통해 상속재산의 소유권을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염원섭 부장판사)는 12일 북한 주민 윤모씨 등 4명이 남한에서 부친과 결혼한 권모씨와 이복형제ㆍ자매 등 5명을 상대로 부친의 100억원대 유산을 나눠달라고 낸 소송에서 "다툼이 있는 부동산 가운데 일부를 윤씨 등의 소유로 하고 추가로 일부 금원을 권씨 등이 윤씨 등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재산분쟁을 모두 종결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양 당사자 사이에 성립됐다고 밝혔다.

이날 조정에서 북한 주민 윤씨 등에게 소유권이 인정된 부동산과 추가 지급하기로 한 금원은 상당액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측은 윤씨가 낸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 청구 등 신분관계 소송은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북한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윤씨의 아버지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큰딸만 데리고 월남했으며 재혼해서 자녀를 4명 낳고 살다가 1987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큰딸은 북한을 왕래하는 미국인 선교사를 통해 북의 가족을 찾았고 윤씨 등은 이 선교사에게 소송위임장과 영상자료, 모발 샘플 등을 전달했으며 이를 토대로 2009년 2월 `전쟁 중 월남한 선친의 친자식임을 인정해달라'는 윤씨 명의의 친생자관계존재 확인청구 소송이 제기됐다.

윤씨 등은 또 권씨 등이 공동상속한 부친의 100억대 유산 가운데 부동산 소유권 일부의 이전과 임대료 수입 일부를 지급하라며 소가 9억8천여만원의 소송도 냈다.

앞서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말 "유전자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할 때 윤씨 등 4명이 고인의 친자식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해 소유권 소송의 전제인 혈연관계를 인정했으며 권씨 측이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