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REACH(registration,evaluation,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 등 글로벌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고,전통적인 화석 연료의 접근성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문제와 관련성이 높은 국내 제조 기업들을 대상으로 국가적인 규제나 소비자의 환경 개선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액센츄어가 유엔과 함께 세계 766개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향후 10년 이내에 지속가능경영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경영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지난 글로벌 경제 위기 때에도 에너지 기업 중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를 줄인 곳은 전체의 4%에 불과했다는 점만 봐도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을 읽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환경 규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환경 문제에 대해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정부와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고 함께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동반자가 되려고 한다. 환경에 대한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경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기업 이미지를 높여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대 초의 글로벌 석유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다. BP는 유럽 탄소배출권체제(EU-ETS) 도입 이전부터 기업 내부적으로 탄소 배출권 제도를 도입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 배출권 가이드 라인 수립을 위해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친환경적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전력회사 이베르드롤라(Iberdrola)는 글로벌 환경 규제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다. 이 회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온실가스 규제 등의 환경 규제를 예상하고 석탄 위주의 에너지원(源)에 대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적인 선도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녹색 기술에 대한 관심은 필수 조건
국내 제조기업들 역시 지속가능경영의 적극적 실행을 통해 새로운 신규 성장사업 기회를 여는 대응 방안을 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존 화석 연료체제의 대체 및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이 가능한 다양한 녹색 기술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 등지의 선진국들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의무 발전비율(RPS)을 높이고 있고,브라질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바이오에탄올 등 새로운 대체 연료를 주요 원료로 사용한 지 오래다. 또한 전 세계 각지에서 실제 생활에서 중요한 전력 및 열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ESCO(에너지 절약 전문기업),스마트 그리드 등 에너지 절감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정유회사 셰브론의 경우 바이오 연료,이산화탄소 포집 · 저장 (CCS),지열,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3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역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더불어,내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소에 전체 발전량 중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PS)를 지난해 12월 고시했다. 대규모 사업장의 온실가스 감축 · 에너지 절약 목표를 설정 · 관리하는 '에너지목표 관리제'와 휘발유 · 경유 등에 바이오에탄올,바이오디젤 등과 같은 신재생 연료를 의무 혼합하는 '신재생연료의무혼합제'(RFS) 등의 환경 규제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제조기업들은 아직 환경 및 에너지 절감 등 녹색 기술에 대한 투자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탄소절감기술,신재생에너지 등의 녹색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적극적인 자원 개발 노력 필요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국내 제조산업의 특성상 기존 석유,가스 등의 전통적인 화석연료 산업의 변화 흐름을 정확히 읽고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상당 기간 에너지 수요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화석 연료의 경우 국제 정세의 불안정과 중국 등 신흥 경제국의 부상으로 국제적인 연료 확보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내 제조 기업들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와 새로운 기회 발굴을 위해 해외자원 확보 노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최근 석유공사 및 민간 기업들의 성공적인 M&A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낸 바 있으며,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해외 자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기회로서 적극적인 자원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전사적 노력
마지막으로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전사 차원의 이해와 실천 노력이 필수적이다. 지속가능경영은 최고경영층의 전략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기업 구성원 전체가 이해하고 실천해야만 달성이 가능한 장기적인 과제다. 액센츄어 조사 결과,90%가 넘는 글로벌 기업 CEO들은 지속가능성이 최고경영층뿐만 아니라 실제 구성원들의 실행과 연계될 때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원칙을 수립하고 상시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실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함으로써 실제 행동을 촉구하는 내부 제도를 이미 실행하고 있다. 또한 특정 사업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지속가능경영 원칙의 수립을 고려할 수 있다.
셰브론의 경우 자원개발 지역을 대상으로 경제 발전,건강,교육이라는 세가지 지속가능경영 원칙을 수립해 사회 간접 자본 투자 및 환경 관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 현지 인력에 대한 교육 훈련 및 현지 채용 프로그램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작성하고 주요 성과지표(KPI)로서 지속가능 경영을 반영하는 등 전사적인 확산을 모색 중인 점은 긍정적이다.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실행과제별로 KPI를 설정하고 자체 평가 기준을 이용,측정해야 내부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BP의 경우 '윤리 및 환경 보장 위원회(Ethics and Environment Assurance Committee)'라는 지속가능경영 전담 조직을 구성,관련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또 내부직원과 외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지속가능 경영 성과평가지수 목표를 설정,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역시 이런 노력이 계속 확대돼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은 국내 제조기업들에 생존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요구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들은 이런 흐름과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김희집 액센츄어 아시아 · 태평양지역 에너지부문 대표 hee.jip.kim@accenture.com